시사칼럼
오늘날 우리의 먹거리는 전세계적으로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세계화의 과정속에 거대한 식량시장이 형성되면서 작년부터 농산물 값이 폭등하고 많은 나라에서 시위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월드 뱅크의 로버트 죌릭 회장은 33개국이 식량 값의 상승으로 인하여 사회적 불안 위험에 처해있다고 경고하면서 식량이 가계소비의 1/2에서 3/4을 차지하는 국가들은 생존할 여력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나라가 이 거대한 식량파동에서 비껴가는 것은 그나마 지난 우르과이 라운드에서 우리의 주식인 쌀개방을 유예 받아 아직 자급력이 높은 것이 중요한 원인이기도 합니다.
다른 한편으로 선진국에서는 식품의 안전문제로 인하여 먹거리가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이미 유럽은 오래전부터 광우병파동이 끊임없이 일어났습니다. 저희 가족이 1993년부터 독일에 10년간 있었는데, 거의 2년 정도 간격으로 광우병파동에 시달렸습니다. 주 발생지는 영국이었기에 광우병이 발견되면 영국 쇠고기는 즉시 수입 금지 되고 정육점마다 “독일산쇠고기니 안심하세요” 라는 글귀가 붙어있었습니다. 그래도 몇 달간 대부분의 사람들은 쇠고기를 먹을 생각을 감히 하지 못했습니다. 시간이 흘러가서 사실 무슨 뽀족한 해결책이나 약이 나온 것도 아니면서 언론에서 좀 잠잠해지고, 더 이상 고기 먹지 않고는 못살겠다는 생각이 나면서 사람들은 다시 쇠고기를 찾았습니다.
전세계적으로 광우병뿐 아니라, 돼지의 구제역, 조류독감, 살모넬라균등 여러 바이러스와 질병들로 인해서 우리의 식탁은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이처럼 음식의 안전성에 대한 위기의식이 보편화된 상황에서 정부는 다른 무엇보다도 국민들의 먹거리문제를 중요하게 다루어야 합니다. 먼 미래 경제성장으로 인한 국민소득 삼만불시대 라고 하는 장미빛 꿈보다도 당장 나와 나의 자녀들이 매일 먹을 음식의 안정성이 피부에 와 닿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정부의 미국산쇠고기수입협상은 큰 실정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말이 아니라, 대통령이 낸 담화문의 내용을 보니, 정부는 미국과 추가로 협의를 거쳐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바로 수입을 중단하는 주권적 조치를 명문화하였다고 했습니다.
사실 이러한 내용들은 처음부터 반드시 다루어졌어야할 것들입니다. 만일 이러한 사항이 처음에 협상할 때에 취해졌었다면 이처럼 거센 국민적인 저항을 받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정부는 미국의 눈치를 보면서 FTA 성사에 매달느라 이런 것들을 제대로 보지 못했습니다. 한마디로 말과는 달리 국민의 건강이 우선이 되어있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국민의 분노에 뒤늦게 이런 저런 것들을 추가로 협의했다고 하니 결국은 스스로 불신을 자초한 것입니다.
앞으로 먹거리 문제는 한 나라만의 문제가 될 수 없습니다. 지구촌의 대부분의 나라들이 자기 나라에서 생산되는 것만을 먹지 않습니다. 지구 저편에서 만들어져 쏟아져 들어오는 먹거리를 대해야하는 국민들은 더더욱 자신들의 건강과 안전의 문제를 정부에게 의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적어도 시장에 나오는 먹거리를 안심하고 먹을 수 있도록 보호해야할 의무가 정부에게 있습니다.
정부는 이제 이 부분에서 잃어버린 신뢰를 꼭 회복해야 합니다. 대통령은 담화문에서 국민의 건강을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다고 분명히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더 이상 문제를 덮거나 미국의 눈치를 보려고 하기보다는, 말 그대로 국민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삼고 바르게 매듭을 지어야 할 것입니다. 경제나 외교보다, 또 정치나 이념보다도 국민 한사람 한사람의 건강과 안전을 우선하는 것이, 하나님을 경외하는 국가지도자가 취해야할 바른 자세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애청자 여러분 다음 주 이 시간까지 평안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