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스승의 날을 맞이하면서 학교교육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교육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것이 사람을 키우고 만들어가는 소중한 사역이기 때문입니다. 스위스의 세계적인 신학자인 칼 바르트는 교회뿐 아니라, 국가역시 공동체라 하여 교회는 기독공동체, 국가는 시민공동체라고 불렀습니다. 공동체라는 말은 사람들이 모여서 이루어지는 유기적인 집단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국가사회의 핵심은 회사나 공장, 제도나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입니다. 우리 자녀들을 어떤 사람들로 교육하느냐가 우리 사회의 미래를 만드는 가장 결정적인 사역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에 우리 사회는 염려스러운 것이 많습니다. 아무리 그럴듯한 표어를 붙여놓았다고 해도 지금 우리 중고등학교는 물론 심지어 초등학교에 이르기까지 교육의 목표는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 것임을 부인하지 못할 것입니다. 서울대와 연고대 등 상위층 대학에 얼마나 많은 학생이 입학했는가가 고등학교의 우열을 가려주는 가장 중요한 척도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진학률이 좋은 특목고가 좋은 고등학교로 인식되면서 이제 이런 고등학교를 들어가기 위한 경쟁이 또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유지되던 고교평준화제도는 다시 하나둘씩 무너지고 서서히 고등학교 서열화가 가속화 되면서 결국 고교 입시가 다시 부활하게 되지 않을까 염려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새로운 정부는 학교전체를 경쟁시스템으로 돌려서 그야말로 적자생존의 원리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실력을 더 높이기 위해서 일제고사를 도입하고 그 성적 결과로 학교장을 평가하겠다고 하면서 은근히 경쟁을 유발시키다보니 성적 조작등의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방과 후에도 보충수업이나 학원수업에 참가하는 등 늘 잠이 부족할 정도로 공부에 매달리다보니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력은 자연히 세계에서 높은 수준에 도달해 있습니다. OECD 30여개 국가에서 정기적으로 치르는 학력능력평가인 PISA에서 우리나라는 언제나 선두를 지키고 있고 특히 수학성적은 단연 앞서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에 따르는 대가는 너무도 큰 것입니다.

지난 2002년 독일 튀링엔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성적에 불만을 품은 19세의 학생이 총기를 난사해 교사 12명을 포함해서 17명이 목숨을 잃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 독일은 PISA성적 결과가 형편없어 학교교육에 대한 비난이 들끓었는데, 이때 현장을 방문한 내무부장관은 이 비극이 학교성적을 앞세운 결과가 아니냐면서 한국과 일본을 예로 들어 이들 나라들은 PISA 성적이 항상 최고이지만, 자살율도 최고라고 지적했습니다.

실지로 2005년 영국의 가디언지는 그해 OECD 연간보고서에서 OECD 30개 국가 중 한국을 최고의 교육국으로 선정한 사실을 놓고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교육시스템을 갖고 있다고 추켜세웠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그 최고의 교육성취를 이뤄내고 있는 경쟁력이 학생들의 과도한 학습량과 혹사에서 비롯되었음을 밝히고 그로 인해 학생들의 스트레스가 높고 세계 최고의 자살률을 보이고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마음껏 뛰놀아야 할 어린 시절, 친구들과 어울리며 공동체성을 배워야할 청소년시절 우리의 자녀들은 좋은 대학을 가는 것만이 행복의 길이라는 획일적인 가치관속에서 공부에 혹사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이 자녀들이 “함께 더불어”라고 하는 시민공동체의 참 가치를 배우지 못하고 경쟁과 이기심으로 내몰려짐으로 인하여 이들을 통해서 형성되어 갈 미래사회를 우리는 염려하게 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지금 우리사회의 왜곡된 교육문제를 놓고 고민하며 기도하며 선한 방향으로 변화되기를 위해서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애청자 여러분, 다음 이 시간까지 평안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