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칼럼
제목 : 노무현 전대통령의 서거를 보는 눈
안녕하세요. 노무현 전대통령이 퇴임한지 얼마 되지 않아 자살로 삶을 마친 것이 온 나라에 커다란 충격을 주었습니다. 만일 우리 가족 중 누군가 자살을 한다면 그 가족들이 경험할 충격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비록 자살의 동기가 분명하다고 해도 가족 구성원 모두가 깊은 죄의식을 느끼게 되고 여기서 나아가 누구 때문이라는 원망과 비난으로 이어지게 되면 가정의 커다란 위기로 발전할 수도 있습니다. 하물며 이전 대통령의 자살이 국가에 미치는 파장이 어떠하겠습니까?
그의 이런 극단적인 죽음을 둘러싼 다양한 해석과 주장이 난무하고 일부 국민들 가운데 감정적으로 격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이해할 수 있는 일입니다. 사실 우리 모두가 아직 그 충격의 소용돌이 한 가운데 있다 보니 되어진 일들을 객관적으로 이해한다는 것이 무척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그의 죽음을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를 놓고 두 가지 점에서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우선 첫째로 그의 죽음의 직접적인 원인입니다. 노전대통령을 추종하는 많은 사람들은 그의 죽음을 통해서 그를 영웅으로 승화시키고 그의 죽음을 정치적인 타살로 해석하면서 현 정권의 부도덕성을 부각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심지어 기독교 일각에서도 그의 죽음을 예수의 죽음과 같은 성격으로 해석하려고 합니다. 과연 그런 일방적인 시각이 옳은 것일까요?
노전대통령은 우리가 아는 바대로 인동초와 같이 척박한 환경에서 자랐고, 힘들고 어려운 정치여정 속에서도 그 절개를 굽히지 않고 자신을 굳굳이 지켜왔습니다. 다시 말해서 그는 어떤 정치적인 억압과 위협에 자신의 목숨을 포기할 그런 분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로 스스로 죽음을 택하게 했습니까? 시인 김광림씨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사람에게는 두 개의 자아가 있습니다. 있어야할 자기 즉 Sollen과 현재 있는 자기 즉 Sein이 그것입니다. 이 졸렌과 자인 사이에 일정 이상의 거리가 생길 때에 자살이 발생합니다.”
노대통령은 역대대통령 중 누구보다도 깨끗하고 청렴한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심어주려고 했습니다. 바보대통령이라는 별칭처럼 그는 이상을 추구하는 정치인이었고, 때로 지저분한 현실정치에서도 높은 도덕성을 기대하게 했습니다. 즉 Sollen이 아주 높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측근과 가족들의 비리에 의해서 이것이 여지없이 무너져 내렸고, 여기서 그는 깊은 도덕적인 책임을 통감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의 죽음은 영웅적인 선택이나, 정치적인 타살이 아니라, 바로 이 Sollen과 Sein 사이의 엄청난 괴리에서 택한 탈출구였습니다. 우리는 먼저 이 사실을 솔직히 인정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의 죽음에 두 번째로 간접적인 요인이 있음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보복성 수사가 관행처럼 이어져 왔습니다. 소위 살아있는 권력이 죽은 권력을 죽이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국민은 현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과 죽은 권력에 대해서 형평성 있는 수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소위 식을 줄 모르는 추모 열기 속에는 죽은 권력을 잔인하게 코너로 몰고 간 현정권에 대한 거부감이 담겨있음을 누구나 느끼고 있습니다.
이러한 민의를 이대통령은 겸손히 수용하여 깊은 반성과 아울러 변화와 발전의 계기로 삼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금까지 사회통합적인 리더십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면서 도리어 과거 권위주의로 회귀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국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노전대통령의 서거가 우리 사회에 갈등과 분열을 증폭시키기보다는 숨겨진 문제들을 치유하고 관용과 화해로 나아가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위해서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애청자 여러분, 다음 이 시간까지 평안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