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칼럼
안녕하세요. 오늘은 우리 사회의 신뢰지수를 돌아봅시다. 한 사회가 얼마나 강하고 단단한가는 외적인 통계나 지표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사회 내면의 신뢰지수가 얼마나 크냐에 달려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얼마나 믿을 수 있는 사회냐 라는 말입니다.
그런 점에서 양치기소년의 이야기는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회의 문제임을 말해줍니다. 이 소년이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함으로 신뢰를 잃었을 때에, 정말 이리가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꿈쩍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리는 소년의 양뿐 아니라, 마을 전체에 해를 끼치게 된 것입니다.
만일 그 사회에 어떤 문제가 발생했는데 국민이 정부의 발표를 믿지 못하고, 앞에서 이끄는 지도자를 신뢰하지 못할 때에 사회는 혼란에 빠질 수 있습니다.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지금처럼 온라인이 발달한 곳에서는 온갖 괴담들이 위력을 떨칠 것입니다. 사실 1년 전에 광우병 파동의 밑바닥에는 추락한 사회의 신뢰지수가 한 몫 하기도 했습니다.
우리 사회의 신뢰지수는 어느 정도일까요? 우리는 얼마나 서로를 믿고 있습니까? 시중에 나도는 한우 중 상당수가 수입소이고, 미국산이 호주산으로 둔갑해서 팔리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중국산식물이 국산으로 표기되고, 유사상표가 판을 치고, 짝퉁이 버젓이 거래되고 있습니다. 최근 공업용 알코올로 만들어진 불량국수가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고, 모의 수능문제지나 외고 입학문제지가 사전에 유출되어 학원가를 돌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것들이 우리로 하여금 서로를 믿지 못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믿지 못하는 만큼 사람들은 우리 사회가 공평하지 못하다고 생각하고 아울러 자신이 어디선가 손해를 보고 있을 것이라고 경계하게 됩니다. 그리고 더욱 엄격한 제도를 요구하지만, 제도가 믿음을 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독일에서 제가 놀란 것은 그들의 특이한 대학입시제도였습니다. 이 제도 하나 속에 그 사회의 높은 신뢰지수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 나라에서는 대학입학시험이 따로 없고 대신 아비투어라고 하는 고등학교 졸업시험이 있습니다. 그 시험에 떨어질수도 있고 또 시험성적에 따라서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으니 우리로 치면 수능과 같은 시험입니다.
한 아이의 미래를 결정짓는 이 중요한 시험의 문제를 그 학교의 담당학과 교사가 출제하고 채점을 합니다. 그것도 대부분이 단답형이 아닌 논문식 문제입니다. 물론 후에 감사를 받는 절차가 있겠지만, 교사는 철저히 객관적이고 양심적인 행위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서 학생이나 학부모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습니다. 놀라운 일입니다. 제가 10년 있는 동안에 아비투어 시험이나 채점에 부정이 있었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저는 이것이 이 사회의 저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시험시스템이 사지선다형이나 단답형보다 훨씬 학생들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바르게 평가할 수 있지만, 과연 이것을 우리 교육계에 도입할 수 있겠습니까?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신뢰의 문제입니다.
우리 사회의 깊은 밑바닥은 불신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정부는 정부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학교는 학교대로 교사는 교사대로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고, 심지어는 교회마저 신뢰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결코 제도나 조직이나 법을 통해서 치유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정직운동이 일어나야 합니다. 우직하게 정직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때에 우리 사회에 대한 신뢰지수는 점차로 높아져 갈 것입니다.
정직은 누구보다도 우리 그리스도인의 품성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아버지라 고백하는 하나님은 거짓이 없으신 진실하신 분이기 때문입니다. 주님은 마귀가 바로 모든 거짓의 아비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우리 사회를 믿을 수 있는 사회로 만들 책임은 다른 누구보다도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습니다. 믿음을 가진 정치인이나 관료들은 정직해야 합니다. 교육가, 기업가, 그리고 장사하는 사람들은 정직해야 합니다. 아울러 우리 교회들은 정직해야 합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사회 구석구석에서 먼저 믿을 수 있는 대상이 될 때에 우리 사회는 믿을 수 있는 단단한 사회로 성장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애청자 여러분, 다음 이 시간까지 평안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