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 되면 한국의 많은 교인들은 제사로 인해 갈등과 어려움을 겪습니다. 교회는 교인들이 전통적인 제의식에 참여하는 것을 금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믿지 않는 가족들의 경우 제사를 거부하거나 불참하는 것을 불효막심한 행위로 생각합니다.

이런 갈등의 상황 속에서 이미 제사를 없애거나 추도예배로 대신하는 가정이 있는가하면 여전히 가족들과 힘겨운 싸움을 하는 가정도 있습니다. 또 어떤 이는 참여하되 절은 하지 않고, 어떤 이는 어쩔 수 없다며 제사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그런가하면 ‘이게 신앙과 무슨 상관이 있나? 가톨릭은 허락하는데’ 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사실 가톨릭 역시 과거 제사를 금했습니다. 18세기말 개신교보다 100년 전에 우리나라에 들어온 가톨릭은 제사문제로 인하여 혹독한 시련을 겪어야 했습니다. 최초의 박해사건인 신유박해(1791)도 윤지충이 모친상을 당하여 그 어머니의 유언에 따라 제사상에 음식을 배설치 않고, 신주를 모시지 않는 등 전통적인 제의식을 따르지 않는 데서 시작되었습니다.  이것이 당시 패륜으로 여겨져 체포되었고, 그의 사촌형 권상연과 함께 참수당함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가톨릭순교자가 되었습니다. 이후 가톨릭은 우리나라에서 무부무군(無父無君)의 사교로 인식되면서 순교를 각오한 자들의 종교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1936년 교황 비오 11세는 당시 선교계에서 논란이 되는 토착화정책의 일환으로 제사를 미풍양속으로 보면서 허용하였고, 이로 인해서 중국과 한국을 비롯한 유교사회에서 큰 부딪힘 없이 포교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가톨릭 내에서 조차 과연 이것이 옳은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교회의 전통과 교황의 교시를 중시하는 가톨릭과 달리 개신교는 언제나 하나님의 말씀을 우선합니다. 제사문제뿐 아니라, 현대사회에서 끊임없이 논란이 되는 윤리적인 문제 역시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 즉 성경을 가장 귀한 지침서로 여기고 거기서 답을 찾으려고 합니다.

 

우리의 전통적인 제사에는 크게 두 가지 요소가 있는데, 그 첫째는 효(孝)입니다. 옛말에 "살아 계신 조상은 극진히 받들면서 그 조상이 돌아가셨다고 잊어 버려 박하게 한다면 심히 옳지 못한 일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래서 자식은 사사여사생(事死如事生) 즉 돌아가신 조상 섬기기를 살아 계신 조상 모시듯 해야 하는 것입니다.

부모에 대한 효라는 점에 있어서 아마 기독교보다 더 강조하는 종교는 없을 것입니다. 하나님은 하나님에 대한 계명 다음에 함께 사는 인간들에 대한 계명 중 첫계명으로 부모 공경을 명하셨습니다. 그러므로 부모를 공경하는 것을 성경은 약속있는 첫계명이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부모를 공경할 때에 그 자녀를 축복해주시리라는 약속이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자녀들아 주 안에서 너희 부모에게 순종하라 이것이 옳으니라 네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라 이것은 약속이 있는 첫 계명이니 이로써 네가 잘되고 땅에서 장수하리라” [엡 6:1-3]

그러나 여기서 그 부모는 살아계신 부모입니다. 살아계실 때에 극진히 공양하라는 것입니다. 죽은 뒤 정성을 하는 것은 참된 효가 아닙니다. 왜냐하면 부모는 더 이상 효를 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죽은 부모에 대한 예는 다른 신앙적인 문제를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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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바로 제사의 또 다른 요소가 즉 종교적인 요소가 있습니다. 제사에 대한 우리 사전의 정의는 “신령이나 죽은 사람의 넋에게 음식을 바치어 정성을 나타냄. 또는 그런 의식”입니다. 독일 기독교백과사전(RGG)에서는 이렇게 소개합니다: “조상숭배는 죽은 조상들의 진노를 막고 축복을 받기 위한 목적에서 이루어진다. 살아있는 후손들이 죽은 조상들을 위한 제의식을 잘 수행할 때, 조상들은 그들을 잘 보호해 주며, 반면에 후손들이 제의식을 소홀히 할 때는 화를 가져다준다는 것이다.”

유교에서는 천신(天神), 지신(地神) 그리고 인귀(人鬼)에게 제사를 드리는데, 일반 사람들은 이중 자신의 조상인 사람귀신에게만 제사를 드릴 수 있다고 했습니다(논어 위정편). 조상신에게 정성껏 제사 지내면, 조상신이 천신과 지신과 교류를 하면서 자녀들의 정성을 전하여 복을 주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제사는 단순한 효의 의식이 아니라, 조상신을 섬기는 종교적인 예식입니다. 우리가 어떻게 하나님을 믿는 가진 자로서 죽은 영혼을 섬기는 예식에 참여할 수 있겠습니까? 성경은 분명 이것을 금하고 있습니다. “대저 이방인의 제사하는 것은 귀신에게 하는 것이요 하나님께 제사하는 것이 아니니 나는 너희가 귀신과 교제하는 자 되기를 원치 아니하노라”(고전 10:20)

 

그러므로 유교에서의 제사는 교황 비오 11세가 말한 것처럼 종교와 무관한 미풍양속에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어찌보면 이것은 가톨릭이 오랜 박해 속에서 포교의 걸림돌을 제거하려고 한 인간적인 시도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서 온가족이 성당을 다니면서도 전통적인 제사를 드리는 가톨릭신자들이 많이 있고, 그러다보니 기독교의 근본신앙에서 흐려지고 종교다원주의적인 성향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우선 제사에 대한 바른 지식을 갖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기도하면서 차츰차츰 제사를 지양하거나 추도예배로 바꾸어가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가족 간의 상황에 따라 지혜와 인내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때로 믿음의 결단도 요구됩니다.

 

아울러 다른 모든 면에서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가족들을 더욱 사랑하고 희생하고, 섬기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다른 형제들보다도 살아계신 부모에게 더욱 효를 다하고, 형제들을 돌보며, 자기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려고 한다면 제사문제로 인한 갈등은 극복될 수 있을 것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그리스도인들이 종교적인 이유로 제사를 거절하는 것은 이해해줄 수 있어도, 이기적이고, 거짓되고, 불성실하고 부모를 외면하는 것은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뜨거운 감자와 같은 제사문제를 하나님을 의지하여 잘 극복하도록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