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프에 빠진 평신도리더 끌어올리기

슬럼프에 빠지기 쉬운 평신도리더
신앙의 슬럼프라고 하는 것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다 경험하는 일들이다. 열정을 갖고 믿음의 경주를 잘 경주하던 사람이 어떤 연유로 인해서 주춤하거나 부진한 상태에 머물거나 나아가서 침체에 빠지게 된다. 바쁘게 움직이지만, 하는 일에 별 진전도 없고 비젼도 보이지 않고, 또는 이렇게 하는 것이 지겨워지고 의욕이 상실되면서 중압감과 지루함과 무력감을 느낄 대, 우리는 슬럼프에 빠졌다고 말한다. 슬럼프가 좀더 심각해지면서 탈진(burnout)으로 발전한다. 일반적으로 탈진을 사건(event)보다는 과정(process)이라고 이해한다면, 슬럼프는 탈진의 한 과정으로 볼 수 있겠다.
소그룹을 인도하는 평신도리더는 일반성도들보다도 이러한 슬럼프와 탈진에 많이 노출되어있다. 그들의 사역 자체가 교회내의 다른 봉사 예컨대 찬양대나 식당봉사나 행정을 돌보는 일보다도 훨씬 많은 힘과 에너지를 요구한다. 소그룹사역은 한 주일 한번의 성경공부인도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일주일 내내 리더의 삶 속에는 순원들 하나하나가 중요한 우선순위 중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작은 목자로서 그들의 영성뿐 아니라, 가정, 직장, 인간관계 등 모든 삶의 영역에 관심을 갖고 돌보게 된다. 이런 연속된 긴장과 강한 책임감은 평신도리더들에게 필연적으로 따라오기 마련이다.
여기서 자칫 자기 관리가 소홀해지거나, 자신이 갖고 있는 힘 이상이 지속적으로 빠져나갈 때, 마치 연료가 고갈되어 번아웃 되듯이 슬럼프와 탈진이 찾아오게 된다. 탈진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프로이던버거에 따르면 탈진할 가능성이 많은 사람은 “헌신된 일꾼”이고, “남을 돕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며 또 자신이 돕고자 하는 사람들과 자신을 지나치게 동일시하는 “동정적인 전문가”인데, 이들은 다른 누구보다도 소그룹을 돕는 평신도리더들이다. 목회자들과 교인들이 이것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교회는 이제 다락방 소그룹 체제로 전환한지 반년 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 순장들은 대부분이 긴장과 열정 속에 싸여서 정신없이 달려가고 있고, 아직 슬럼프를 생각하기에는 이른 단계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가면서 아마 이들 속에서도 슬럼프와 탈진을 경험하는 리더들이 나올 것을 예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제자훈련과 소그룹 사역이 오래된 교회에서는 평신도리더들의 영적침체를 막고 회복시키는 일이 목회사역의 중요한 관심사가 되어 있을 것이다.
몇 달 전 나는 신실한 집사 한분을 만난서 대화한 적이 있다. 그는 제자훈련사역을 착실하게 하는 모 교회에서 순장으로 오랫동안 섬기다가 근간에 다른 교회로 옮긴 분이었다. 그가 교회를 떠난 것은 교회 내에서 어떤 갈등이나 특별한 문제로 인한 것이 아니었다. 문제는 그 자신의 슬럼프와 탈진이었다. 해가 거듭되면서 그에게 다락방 사역은 점차로 힘들고 버거워지기 시작했다. 일종의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했지만, 그보다 순원들에게 가르칠 힘이 고갈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제자사역훈련이 끝난 후 영적코치가 사라지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는 내적인 힘의 고갈을 채움 받지 못했다. 테이프로 전달되는 순장반 강의로는 부족했다. 다락방에서 그저 표피적인 지식을 전달하고 있는 것 자체가 그에게는 점점 감당할 수 없는 부담으로 느껴졌다. 교회 안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 보려고 나름대로 애썼지만, 해결 받지 못한 가운데, 담임목사의 강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교회를 떠났다. 그 후로 큰 교회에 가서 아무 것도 맡지 않고 조용히 예배와 기도회에 참석하게 되었다. 그런 가운데서 오랫동안 고갈되었던 심령이 회복되면서 전에 누릴 수 없는 평안을 얻게 되었고 기회가 주어지면 다시 교회 사역을 잘 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이 분은 한 극단적인 예가 될 수도 있겠지만, 소그룹 중심의 교회 속에는 이렇게 사역에 지치고 슬럼프를 헤어 나오지 못하고 탈진의 과정을 밟고 있는 평신도지도자가 적지 않을 것이다. 사실 이러한 원인이 한 개인에 있다고 볼 수 있겠지만, 동시에 교회공동체 전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그 치유책도 개인뿐 아니라, 목회 전체의 안목에서 다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슬럼프의 원인
예방이 가장 좋은 치료인 것처럼 슬럼프에 빠진 평신도리더를 끌어올리는 일보다는 그가 빠지지 않도록 그 원인을 살펴보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다. 평신도리더가 경험하는 슬럼프와 탈진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겠지만, 크게 세 가지로 살펴볼 수 있다.  
우선은 영적인 관리의 소홀을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생각할 수 있겠다. 제자와 사역훈련을 수료한 이후, 전처럼 섬세하게 돌보는 코치가 없는 환경에서 순장은 이제는 스스로 자신의 영성을 가꾸어 가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잘 되지 못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자신에 대한 영적충전이 제대로 안 되는 가운데 매주일 순원들에게 무언가를 주려고 하다보면, 우리의 내면세계는 차츰 질서를 잃고 소진되어 가면서 마침내 일종의 “함몰 웅덩이”에 빠지고 마는 것이다.
둘째로는 목표와 현실 사이의 괴리감에서 오는 지속적인 스트레스 또한 주요한 요인이 된다. 성장 번식과 순원들의 변화라는 소그룹의 목표는 그 리더에게는 부담일 수 있다. 영적인 부모라는 위치는 순원들을 위한 자기희생의 부담을 요구한다. 순원들은 한편으로 사역의 보람과 상급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아픔과 시험거리가 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균형감각의 상실은 언제나 위기를 불러온다. 우리의 사역은 이상과 현실, 비전과 실재 사이에서 언제나 균형을 놓쳐서는 안 된다. 자신의 한계는 어느 누가 아닌, 자신이 잘 알고 있다. 과도한 목표를 설정하거나, 교회의 요구에 무조건 순응하는 가운데 자기 능력을 초과해 일할 때 일어나는 지속적인 육체적, 정서적 과부하는 결국 이런 침체의 요인이 된다.

슬럼프에서 벗어나기
마지막으로 이런 슬럼프나 탈진에서 빠져 나오는 길, 또는 빠진 이들을 도와주는 길은 무엇인가?  
첫째는 우선 이러한 자신의 현실을 인정하고 도움을 청하는 것이 필요하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더 깊은 수렁에 빠지게 할 수도 있다. 구덩이에 빠진 이가 스스로 나오기 보다는 밖에서 건져주기가 훨씬 용이하다는 상식적인 말을 기억하자.
마음에 맞는 사람과 자신의 지금 상태에 대해서 솔직한 대화를 하는 것 자체가 좋은 치료가 된다. 만일 순장에게 친밀한 동역자 관계나 기도그룹이 있다면 슬럼프의 극복에 더욱 힘이 될 것이다.
나아가 이것은 목회자와 함께 풀어가야 한다. 슬럼프나 탈진이 한편으로는 자신에게 원인이 있기도 하지만, 교회가 지나친 목표를 설정하고, 감당키 어려운 짐을 지워서 생길 수도 있다. 그럴 때는 이러한 외적조건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 이것을 위해서 영적인 코치인 목회자에게 자신의 상황을 말하고 도움을 받아야 한다.
둘째로 주어진 여건 아래서 길거나 짧은 쉼의 시간을 갖도록 한다.  슬럼프에 빠진 리더에게는 매주일 반복되어 찾아오는 다락방 시간 자체가 감당하기 어려운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이 다락방이라는 현실에서 일정시간 조금 거리를 두는 것이 회복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여건이 허락된다면 안식년을 가질 수 있다. 이것이 어려운 경우는 한달, 아니 두어 주 만이라도 다락방에서 손을 놓고 전적으로 자신의 영성과 쉼을 위한 시간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이 시간은 돕는 대상들을 잠시 잊고, 오로지 자신의 신체적, 정서적, 영적 갱신을 위한 기회로 사용하여야 한다. 이럴 때는 섬기는 교회도 잠시 떠나 건전한 기도원집회나 부흥집회에 참석해서 말씀을 듣고 뜨겁게 기도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을 것이다. 조용한 묵상과 아울러 영성을 자극하는 경건서적을 읽어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동안 나누어주는 자의 자리에서 내려와 이제 전적으로 받는 자의 자리에 서서 영적으로 재충전을 받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목회자와 주변의 평신도리더들의 배려가 필수적이다. 목회자의 입장에서 볼 때는 일군이 하나라도 아쉬운 가운데 자리를 비우게 하는 것이 어렵겠지만, 지친 순장을 통해서는 순원들이 좋은 양육을 받을 수 없고, 나아가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오히려 저로 쉴 수 있는 여건을 적극적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나을 것이다.
셋째로 격려가 가장 좋은 약이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서 자신감을 잃고, 침체된 사람에게 가장 좋은 약은 목회자와 동역자들의 격려이다. 마귀는 우리에게 너는 할 수 없다고 말하지만, 성령은 네게 능력주시는 자 안에서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고 말씀하신다. 이 성령의 마음으로 힘과 용기를 북돋우고 그가 이룬 작은 열매를 크게 칭찬해주는 것보다 슬럼프에서 그를 끌어올리는 확실한 것은 없을 것이다.
아울러 그 속에 잃어버린 평신도리더로서의 자기정체성과 소명감을 회복시켜 주는 것이다. 소그룹사역의 참된 가치에 대한 이해와 분명한 소명의식은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보람을 느끼고 그릇된 회의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마지막으로 우리를 수렁에서 건지시는 분은 하나님 오직 한 분임을 인정하고 슬럼프에 빠진 자를 위해서 간절한 중보의 기도를 드릴 때, 하나님은 저를 그의 기가 막힌 방법으로 회복시키시고 다시 그의 종으로 귀하게 세워주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