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이 한국교회에 주는 의미
우리국민은 향후 5년간 나라를 통치할 지도자를 선택했다. 이 선택에는 한편으로 노무현정권에 대한 냉엄한 심판이, 다른 한편으로는 경제발전과 보다 잘 살고 싶다는 염원이 담겨 있다. 과거의 영토전쟁에서 치열한 경제전쟁으로 옮겨지는 국제현실에서 국민들은 경제아마추어보다 경험과 경륜을 갖춘 경제대통령을 선호했다. 교회 지도자들의 생각 역시 이와 일치한다. 예장합동 교단 목회자 장로에 대한 설문조사(12월 5일자 기독신문)에서 61.7%가 이명박후보를 지지했다. 그 이유로 국가경제활성화를(53.2%), 두 번째로 신앙심(13.9%)을 꼽았다. 아마 일반교인들의 생각과 판단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번 대선은 한국교회에 국가와의 관계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가져다주었다. 그동안 대다수의 한국교회는 선교사들의 가르쳐준 정교분리에 충실하여 국가 정치에 관여하지 않았고 그 결과 정치적 무관심은 경건의 미덕처럼 여겨왔다. 그래서 오랜 독재정권에 침묵으로 일관했고, 일부는 도리어 정권의 후견인 노릇을 하여 민주 발전에 장애 되는 자리에 서기도 했다. 아울러 정치에 대한 무지는 바른 분별력을 키우지 못하게 했고, 이로 인해서 선동정치의 희생물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진보정권이 들어서면서 서서히 변화가 일어났다. 일부 교계지도자들이 적극적으로 정치문제에 관심을 표명하고 비판을 서슴치 않았다. 그러더니 이번 대선에서는 아예 정권교체를 기치로 삼아 시민단체를 결성하기도 하고, 교회 강단에서 당파성이 짙은 설교를 하기도 했다.
차체에 한국교회는 정교분리라는 위선적인 옷을 벗어버리고 교회의 정치적인 책임을 적극적으로 다루어야 한다. 정치와 종교는 구별은 되지만 분리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국가는 교회의 머리되시는 주님으로부터 그 권세를 받은 기관이요, 그의 공의로운 통치아래 세워져야 하기 때문이다. 교회와 국가의 분리를 강조한 루터와 달리 칼빈은 국가를 하나님의 주권아래 있는 진리의 도구로, 통치자를 그의 영광을 위한 종 보았다. 특별히 우리 장로교회가 귀기울여야할 부분이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그리스도인의 정치적인 책임 내지 참여가 야기할 수 있는 위험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바로 교회의 정치화이다. 이것이 이번 대선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 중에 하나이다. 어떤 특정 후보나 정당에 대한 확신은 자칫 교회를 정치의 도구로 전락시킬 수 있다. 교회는 복음으로 하나 된 것이지 정치적인 이념으로 하나 된 공동체가 아니기에 그 구성원은 다양한 정치 성향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목회자가 설교강단에서나 공적인 자리에서 특정정당에 대한 지지를 표방하는 것은 정치가 갖는 상대성을 간과하는 것이고, 이러한 정치지상주의는 교회나 교단을 정치화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  
그리스도인의 정치적인 책임에는 먼저 성경적인 정치원리에 대한 인식이 선행된다. 성경은 하나님이 세운 통치자가 어떠한 정치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풍부한 교훈을 담고 있다. 이 성경이라는 텍스트와 현실정치라는 컨텍스트에 대한 연구는 목회자들로 하여금 이 시대에 하나님이 원하시는 정치와 정책에 대한 객관적인 척도를 얻게 할 것이다. 목회자는 이것을 교인들에게 가르쳐 세상 속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의 바른 정치적 분별력을 키워주어야 한다.
가령 위에 언급한 목회자 장로 설문조사를 생각해보자. 후보 선택의 기준에 ‘높은 도덕성’은 11.1%에 불과했다. ‘경제활성화’의 1/5 수준이다. 이것을 분석한다면, 잘 살게 해준다면 어느 정도 거짓과 부도덕은 봐줄 수 있다라고 하는 말이다. 과연 이것이 기독교적인 가치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부자 되고 성공하는 것이 우리가 추구해야할 바른 목적인가는 차치하고라도,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 도덕적이어야 한다는 메시지야말로 이 혼탁한 시대에 정말 필요한 것이 아닌가! 이것이 교회가 외쳐야 하는 예언자적인 소리가 아닌가!
이제 한국교회는 새로 세워지는 대통령에게 경제를 잘 살리라고 말할 필요가 없다. 이것은 이미 정해진 길이다. 문제는 바르게, 도덕적으로, 공의롭게 경제를 세워가기를 주문해야 한다. ‘이제는 분배보다 성장이다’ 라는 기치에서 혹 가난하고 힘없는 자들이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하는 사회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성공을 앞세우는 가운데 실패하고 낙오된 자들에 대한 배려가 소홀히 되지 않도록 국가에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국교회는 이번 대선이 끝나고 다시 슬그머니 정교분리로 돌아갈 것이 아니라, 국가와 교회의 바른 관계를 신학적으로 정립하면서 하나님이 주신 국가에 대한 교회의 정치적인 책임을 충실하게 감당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