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영국 최고 명문 사립고교인 이튼 칼리지와 세인트폴 남자고등학교가  영국정부의 사립학교 성적순위표 작성 정책을 올해부터 거부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세인트폴 고등학교의 스티븐 교장은 “젊은 교사들은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심한 압박을 받고 있고, 이런 문화는 교사와 학생을 시험 중독자로 만든다”면서 그 결과로 “실제로 학교 순위에서 측정되지 않는 체육, 음악, 드라마 같은 과목들은 팀플레이와 위기관리 능력을 배우는 데 필요하지만, 학교 교육에서 배제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시험, 평가, 경쟁이라는 것은 개인이나 사회가 발전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감초의 역할을 합니다. 경쟁자가 있을 때에 더 열심을 내게 되고, 더 좋은 제품을 만들고, 서비스가 개선되고, 또 더 우수한 인물들이 배출됩니다. 그래서 정치 경제 문화 모든 영역에서 리더들은 경쟁을 부추기고, 시스템을 경쟁체재로 갖추려고 합니다. 교육의 세계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그러나 경쟁은 다른 한편에서 많은 부작용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부작용은 아직 분별력이 형성되지 못한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더욱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새 정부는 지난 4월 15일 학교가 다양하고 질 높은 교육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해 학원자율화 방침을 발표하면서, 그동안 학교에 가해졌던 다양한 규제를 풀고 교육 과정과 학교 운영에 관한 권한을 학교관계자에 전면 이양한다고 했습니다. 이에 따라 구체적으로 0교시 수업이나 심야 자율학습이 허용되고, 수준별 이동수업, 우열반운영 등의 조치가 현실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교육의 질을 높이겠다고 하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많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너도나도 좋은 대학을 목표하며 그 좁은 구멍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우리 사회 현실에서, 자율권을 가진 학교는 이제 드러내놓고 이 목표를 추구할 것이고, 교사와 학생들은 더욱 더 치열한 경쟁의 장으로 내 몰려 그야말로 학교가 무한경쟁의 시대를 맞이하는 것이 아니냐라는 걱정을 하게 됩니다.
영국의 사립학교들과는 비교되지 않게 대입에 올인하는 우리의 교육은 너무 많은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바른 가치와 인성을 심어주는 전인격적인 교육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공부와 성적이라고 하는 획일적인 가치관 속에서 경쟁에 뒤처진 아이들은 자기 정체성을 상실하고 낮은 자존감 아래서 허덕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우리의 자녀들은 이 중요한 시기에 강한 자와 약한 자, 우수한 자와 부족한 자들이 함께 어우러져서 사는 공동체성을 교육받지 못한 채 도리어 오직 자기 행복만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사람으로 훈련되어 사회로 배출되고 있습니다.
우리의 교육은 대학입학, 취업을 위한 것 그 이상이 되어야 합니다. 교육의 본래 목적은 기능인이 아니라, 사람을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란 홀로 살아갈 줄 아는 자가 아니라, 더불어 살아갈 줄 아는 자를 말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더불어 사는 삶 속에는 언제나 경쟁에서 뒤지는 약한 자를 돌아볼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또한 이 세상에 사회를 만드신 하나님의 뜻입니다. 하나님은 한 백성을 택하여 무엇이 인간사회를 향한 하나님의 뜻이고 그의 공의인가를 보여주셨습니다. 그것은 하나님을 경외함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입니다. 더불어 살아감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경쟁이 아니라, 약한 자에 대한 배려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이 사회가 잃어버린 공동체성을 회복하는 일을 위해서 봉사해야 합니다. 아울러 우리의 교육이 그러한 교육의 본질을 회복할 수 있도록 교사로서, 학부모로서, 또한 정책입안자로서 각자 서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