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8월은 국가와 관련된 기념일들이 많이 있습니다. 6월 6일 헌충일, 6.25, 7월 17일 제헌절 그리고 8월 15일 광복절 모두가 우리에게는 가슴 벅찬 날들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호에서는 국가와 신앙의 관계를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본질적으로 세상나라에 속하지 않았습니다. 우리의 시민권 즉 국적은 하늘 곧 하나님나라에 있습니다. 그러기에 이 땅에서는 이방인과 나그네라 불립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아직 속량되지 않은 우리의 몸은 이 세상국가에 속해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단순한 이방인으로서가 아니라, 국가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하는 성실한 시민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교회는 바로 하나님나라와 세상국가 사이에 서서 이 둘을 공유하고 있고 또 이 둘 사이에 중보자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에게는 두 가지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 첫째는 정치적인 책임의식을 갖는 것입니다.

과거 기독교 역사에서 어떤 이들은 정치를 부패한 영역으로 취급하고 국가의 문제를 세상일로 간주하면서, 신앙인이 추구할 믿음의 일에서 제외시켜버렸습니다.

그러나 성경은 국가의 권세는 하나님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므로 순종해야한다고 가르칩니다.(롬13:1, 벧전2:13,14) 이 성경을 근거로 장로교의 창시자 칼빈은 국가를 교회와 마찬가지로 “하나님의 진리의 도구”로 그리고 통치자를 “하나님의 능력과 통치의 종”으로 말하면서 정치적인 직책을 “인간 타락”의 산물이 아니라, “하나님의 섭리와 거룩한 위임의 작품”으로 보았습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이면서 동시에 한 시민으로서 우리가 해야 할 믿음의 일은, 국가에 대한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민주절차에 따라 세워진 법과 제도를 존중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정치 권력자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입니다.

나아가 하나님의 말씀을 근거로 현실정치의 옳고 그름을 잘 분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러한 분별력을 갖고 선거에 참여하여 더 나은 정당과 정치인을 선택하거나, 잘못된 통치자를 심판하는 것입니다. 나아가 감시나 충고, 비판이나 시위를 통해서 국가정치를 바르게 잡아가는 것도 그리스도인의 중요한 책무입니다.

 

둘째로 교회가 정치화되거나 정치의 도구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교회는 어떤 정파에 휩쓸리거나 정치적인 이념(이데올로기)에 좌우되어서는 안 되며 정치인들이 교회를 오염시키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목회자들은 특별히 많은 생각을 갖고 행동해야 합니다. 목회자 역시 한 시민으로서 선호하는 정당, 좋아하는 정치인이 있을 수 있고 개인적인 교제를 가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목회자의 제스처가 교인들에게 정치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합니다.

나는 여야를 막론하고 선거철마다 방문하는 정치인들을 교회에 소개하지 않습니다. 또 정치인이 교회에 등록한다고 해도 교인 이상으로 대하지 않습니다.

단지 평소에 교인들로 하여금 하나님의 말씀을 근거하여 올바른 정치의식과 분별력을 갖도록 가르치고 훈련시키는 것은 목회자의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스도인들 모두가 하나님이 허락하신 이 대한민국을 공의롭고 평화로운 사회로 세워가는 신실하고 성숙한 시민들이 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