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 무렵의 티타임
꽃이 아름다운 것은 안타까움 때문이다. 곧 일어나고야 말 生의 끝을 들여다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드라이플라워를 해 두기도 한다. 말린꽃이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좀 더 오래 두고 볼 수 있다는 안도감과 그 생생할 때의 추억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드라이플라워는 어이없게도 우리의 하찮은 노력을 무시한 채 또 하나의 존재가 갖는 즐거움을 내어 풍긴다.
부산중앙교회는 어르신이 많다. 그 분들만의 공간이 없어 고민하다가 실버대학을 개설하게 되었다. 매주 목요일마다 노래교실, 문학교실, 외국어교실, 건강강좌, 미술과 웃음치료, 영화감상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두고 “행복한 만남을 통한 건강한 노년의 삶을 갖도록 하자”는 취지 아래 실버대학이 개강하게 된 것이다. 그들은 젊어지려는 부질없는 노력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실버 시절을 가꾸게 된다.
노년을 석양에 비유하며 절정을 지난 그 다음 시간쯤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노년은 젊은이가 결코 소유하지 못하는 그 나이만이 가질 수 있는 ‘맛’이 있다. 그것은 바람처럼 자유로운 ‘여유’이고 얽매이지 않는 ‘사랑’이다. 제 몸을 펼쳐 흐르는 강물 같은,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실버세대의 아름다움은 거친 숨결을 가다듬고 나서야 비로소 다시 시작되는 ‘生’인 것이다. 여가 생활을 즐기며 봉사활동을 함으로써 오는 영혼의 살아있음이 육체의 시듦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노년은 인생의 끝자락이 아니라, 색다른 현재의 삶이다.
노년을 다루는 정중한 태도를 착한 부산중앙교회는 실버대학을 통해 실행하고 있다.
글_오이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