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성도님들께,
저는 벌써 지구 저편 땅에 와있습니다. 창 밖으로 흩날리는 가랑비를 보면서 역시 여기가 독일이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되는군요. 부산중앙교회에 온 이후 불과 넉달 반의 짧은 시간이지만, 저에게는 우리 교우들이 마치 오랜 세월을 사귀고 같이 뒹굴면서 살아온 사람들처럼 가깝게 느껴집니다. 부족한 저를 귀히 여기고, 위해주고, 순종하며 따르려 했던 여러분의 사랑 때문에 더욱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 교회에 와서 많은 사람들과 많은 것들에 감동을 받았지만, 특별히 저는 지난주일 마음에 벅찬 감격을 느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온지 몇 달 되지 않아 이런 큰 헌금을 계획한다는 것이 마음에 부담이 되었었습니다. 그것도 경기가 침체될 대로 침체된 시기에 말입니다. 그래서 하나님께 "하나님 왜 저에게 이런 어려운 과제를 맡기십니까" 하고 투덜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로 제 안에는, "하나님은 이러한 일을 통해서 우리에게 무거운 짐을 지우시고, 우리를 시련으로 부르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축복의 자리로 부르고 계시다"라는 생각이 자라갔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헌신이야말로 우리 각 개인이 하나님의 선하심과 인자하심을 체험하는 가장 중요한 계기가 되리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아울러 이것은 성도들 각자에게 축복일 뿐 아니라, 새로운 훈련목회를 맞이하면서 교회전체를 준비시키는 하나님의 손길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하나님의 일하심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주일을 맞이했습니다.
비록 우리가 바라는 목표에는 약간 미달되었지만, 저는 우리 온 성도들의 하나님을 향한 경외함과 사랑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잘 표현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거의 대부분의 성도들이 이 헌금에 동참한 것이야말로 우리 모두의 가장 큰 기쁨일 것입니다. 담임목사로서 짐을 함께 나눈 여러분들께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주님께서는 이런 저런 이유에서 동참하지 못하신 성도들의 마음도 이해하시고 위로해 주실 것이며 또 다음에 헌신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허락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대부분의 성도들이 동참했을 뿐 아니라, 정말로 많은 성도들이 이 어려운 현실 속에서 힘에 지나도록 주님께 헌신했습니다.  심지어는 심방 중 교회의 도움을 받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하신 성도들이 도리어 주님께 자신을 드리는 자리에 선 것은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여기 저기서 옥합을 깨뜨리는 소리가 들렸고, 적은 액수이지만 과부의 두 렙돈과 같이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드리는 아름다운 손길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가난한 자들의 짐을 덜기 위해서 좀 더 부요한 성도들이 많은 짐을 지는 의로운 모습도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런 모든 복된 모습을 보시면서 기뻐하시는 우리 주님의 마음도 느껴졌습니다.
저는 지난 주일에 받은 헌금명단을 이곳에 가지고 와서 기도시간에 한 분 한 분을 놓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주님께서 이삭을 바친 아브라함에게 큰 복을 주심 같이, 또한 자신이 먹을 마지막 떡 한 덩이를 드린 사렙다 과부에게 큰 이적을 베푸심 같이, 오직 주를 의지하고 물위로 뛰어든 이 분들의 발을 꼭 붙들어 주시도록 말입니다.  주님께 드리는 자는 결코 손해보는 일이 없음을 체험하게 해달라고 기도합니다.
우리의 마음이 이렇게 하나로 모아져 큰 일을 해나가는 것을 볼 때에, 저는 목회자로서 큰 위로와 힘을 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교회를 사랑하고 주님을 경외하는 이런 마음들 위에 우리는 이제 정말로 아름다운 교회를 설계하면서 세워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비록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지만, 저의 마음은 오늘 주일 여러분 곁에 있고, 여러분 모두가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드림으로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고 또한 큰 은혜를 받으시기를 기도합니다.
온 교우들과 가정 위에 주님의 평강과 축복이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독일에서 최현범 목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