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부터 3일간 계속된 구두시험이 오늘(7월30일)로 끝났습니다. 서너 평 남짓한 작은 방에 세 명의 교수에 둘러싸여서 시험을 치르게 됩니다.  질문하는 담당 교수 외에 한 분은 기록 담당으로 모든 질문과 대답을 기록하게 되고, 다른 한 분은 이 모든 것을 참관하므로 평가에 정확과 공정을 기하려는 것입니다. 시간 시간마다 그야말로 긴장의 연속이었지만 염려한 것보다는 훨씬 여유 있게 시험을 치른 것 같습니다.  
마지막 실천신학 시험을 치르고 난 뒤 모든 교수들이 모여서 회의를 했습니다.  그리고 회의실에 불려 들어가니 교수들이 다 서 있는 가운데, 대표교수가 시험합격증을 내주면서 축하의 말을 하며 내 손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모든 교수들과 돌아가면서 악수례를 하는 것으로 싱겁게 끝났습니다.
이웃나라 네덜란드에서는 마지막 날 본인의 가족과 친구들이 청중으로 초대되어서 큰 강당에서 너댓명의 교수와 함께 논문에 대해서 공방을 벌인 뒤 거창하게 학위수여식을 갖습니다. 그리고는 파티를 열게 됩니다.  여기에 비하면 독일은 아예 학위수여식이 없습니다.   별거 아니니 자만하지 말아라 하는 뜻으로 이런 전통이 생기지 않았나 하고 그저 저 나름대로 생각했습니다.  

홀로 신학과 건물을 나와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가면서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돌렸습니다. 이곳에서의 삶을 잘 마무리지을 수 있도록 여러 가지로 배려하신 하나님의 그 깊은 섭리를 무엇으로 다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십 년 간 매일 오간 이 길 - 어떤 때는 소망으로 가득 차서, 어떤 때는 깊은 낙심 속에서, 어떤 때는 기뻐하며 어떤 때는 슬퍼하며 걸었던 이 길 - 이 길 위에 내 발자국은 보이지 않지만, 우리 주님의 그 섬세하고 선하신 손길의 자국은 깊이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독일에서의 인생의 한 단락을 정리하면서, 내게 일어난 모든 일을 놓고 믿음으로 다시 한번 확신하는 바는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롬8:28) 라는 말씀이 진리라는 사실입니다. 저 뿐 아니라, 우리 사랑하는 모든 성도들 역시 뒤를 돌아보며 그렇게 고백하리라 생각합니다.

지난 한 달간 저를 위해서 그렇게 간절히 기도한 우리 성도님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이미 논문이 통과되었기에 구두시험이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한달 만에 이 시험이 요구하는 수준에 이르도록 준비하기에는 너무나 버거웠습니다.  성도님들의 사랑과 기도가 아니었으면 더욱 힘들었을 것입니다. 제가 시험장에서 전혀 떨리지 않고 여유를 가질 수 있었던 것도 다 쉬지 않고 기도하는 성도들의 기도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저는 내일부터 몇 일 동안 논문을 세밀하게 교정하고 출판사에 넘긴 뒤 이곳을 출발해서 7일경 서울에 도착하고 부산에는 8일 경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아마도 여러분 모두를 10일 주일에 뵙게 될 것 같습니다.

그 때까지 모두 모두 건강하시고 은혜 안에 거하시기를 바랍니다.

7월 30일  독일에서 최현범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