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다락방성경공부에서 교재로 사용한 야고보서가 이번 주로 끝이 난다. 야고보서에서 던지는 질문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우리 시대에서 참된 믿음이란 무엇인가?" 이것이다. 이 성경을 교재로 택했던 것은 우리 시대 역시 이 질문이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그 답은 무엇인가? 이 성경에서 내리는 바 참된 믿음의 정의는 "행동으로 실천하는 믿음"이다. 물론 실천해야 할 계명이 수없이 많지만, 특별히 야고보가 초점을 맞추는 것은 경제와 관련된 것이다. 한 마디로 가난한 자를 보고 그냥 지나치는 것은 믿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IMF 때보다도 더 어려운 시기를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IMF를 고국에서 겪지 못했던 나에게는 이런 비교가 실감나지 않지만, 어쨌든 여러 성도들이 갑자기 또는 점진적으로 찾아온 경제적인 시련 속에서 한숨짓는 것을 보면서 불경기의 실상을 느끼게 된다. 여유 있던 사람도 힘들어지니, 이들의 주머니를 의지할 수밖에 없는 여러 복지시설들은 더욱 어려움을 하소연한다. 아침마다 결재하는 문서 중 태반이 도움을 요청하는 것들이고 그런 것들을 다 받아줄 수 없는 우리의 현실 역시 안타깝다.
이럴 때 일수록 교회는 초대교회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 흔히 "초대교회로 돌아가자"라는 하는 거창한 구호가 성령의 은사, 열정, 전도등에 초점을 맞추어지기 쉽다. 그러나 초대교회는 기도와 전도의 열정 못지않게 물질을 통한 사랑의 교류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들에게 있어서 부의 균배라고 하는 것은 공산국가에서처럼 강요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었고, 오늘날 서구의 복지국가에서처럼 세금제도를 통해서 집행되는 것도 아니었다.
하나님의 크신 은혜를 값없이 맛본 사람들 속에서 우러나오는 사랑이 자신의 부를 자발적으로 이웃과 나누게 하였다. 그래서 교회는 말씀증거와 기도 이외에 구제사역을 가장 중요한 사역으로 여겼다. 오늘 우리 시대는 바로 이런 점에서 초대교회로 돌아가야 할 필요를 절실히 느끼게 한다.
나는 이곳에 부임한 이후 가끔 교회 안에서 중요한 심부름을 했다. 누군가 은밀히 찾아와서 돈을 주면서 심부름을 부탁한다. 구체적으로 받을 사람의 이름을 거명하기도하고 때로는 막연히 가난한 성도에게, 또는 가난한 학생들에게 전달해 달라는 것이다. 심부름이란 좀 귀찮은 것이지만, 이런 심부름은 유쾌한 것이 아닌가! 내가 전에 있던 유명하다고 하는 교회에서도 이런 일은 흔치 않았는데, 우리의 이 끈끈한 정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IMF 때보다 더 어려운 시대 - 결코 즐거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성도들 속에서 일어나는 가난과 시련은 때로 우리로 하여금 정말 우리가 서로에게 누구인가를 깨닫고 알게 해준다. - 다른 지체의 아픔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신경이 죽어버린 문둥이와 같은 공동체인가, 아니면 다른 지체들의 아픔을 예민하게 느끼는 건강한 공동체인가.
겨울은 완고하고 추웠지만, 따뜻한 3월의 봄바람 앞에서 이렇게 무기력하게 물러가고 만다. 성도간의 사랑의 입김이 이런 저런 시련과 상처로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고, 따뜻한 봄을 불러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