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자신이 누구인가”라는 자기 정체성에 의해서 행동양식이 달라진다. 자신을 동물과 동일시 하는 사람은 동물 같은 본능을 좇아서 살아가게 되고, 자신을 존귀한 신의 아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신의 성품에 동참하려고 할 것이다.
딸깍발이라는 말이 있다. 1950년대 이희승님의 수필집에 나오는 일종의 몰락한 양반들을 지칭한다. 비록 가난하고 궁핍하였지만, 양반이라고 하는 자존심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그래서 언제나 의관을 가지런히 하고, 청렴과 의리와 지조를 생활신조로 삼고 고집스럽게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작가는 여기서 그야말로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해 양심과 지조를 쉽게 내던지는 현대인의 약삭빠른 삶을 비판하였다.
오늘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 중에는 자신이 어떤 신분의 사람들인지를 망각한 채, 눈앞에 이익과 당면한 문제에 급급해서 자신의 신분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길을 가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가 누구인가? 우리는 왕 같은 제사장들이다. 목사만이 아니라, 모든 성도들이 다 동일하게 이 신분을 부여받았다. 가톨릭과 달리 우리는 모든 성도들이 제사장임을 고백한다.
구약에서 제사장은 얼만 존귀한 신분인가? 그는 이스라엘을 대신하여 하나님을 가까이 모시는 자들이다. 그들은 물로 씻기고 거룩한 옷을 입히고 기름을 부어 거룩하게 한 뒤에 제사장 직분을 행하게 했다. 제사장은 죽은 자에게는 가까이 가서 몸을 부정하게 하는 일을 금하였고, 하나님을 욕되게 하는 어떤 행위나 습관을 가져서는 안 되는 등 수많은 금령이 있었다. 하나님은 그들을 일반백성과 구분하여 아주 높은 수준의 신앙과 윤리를 요구했다.
여러분 우리 모두는 왕 같은 제사장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세상의 더러운 것을 만지거나 더러운 고기를 먹어 우리를 부정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세상에는 우리가 먹을 수 있는 재물이 있고,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이 구별된다. 부해지고자 하는 욕심에서, 성공하려고 하는 욕망에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먹을 것, 못 먹을 것을 구분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왕 같은 제사장의 신분에 합당치 않는 태도이다. 그렇게 해서 이루어진 성공은 결코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축복이 아니다.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악이 보편화되어 있는 시대이다. 죄의 유혹이 강하게 성도들과 그 가정을 파고들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제사장으로 우리가 가서는 안 되고 봐서는 안 되고 들어서는 안 되고 더욱이 행해서는 안 되는 것들이 있다.
당신은 왕 같은 제사장이다. 거룩한 백성이다. 그의 구별된 나라이다. 이것을 잊지 말라. 딸깍발이들이 자신의 양반됨을 잊지 않고 그 의리와 지조를 지키려고 했다면, 우리야 더욱 그렇지 않겠는가! 제사장의 신분을 잊지 말고 의와 진실과 거룩으로 무장하여 살아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