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칼럼
안녕하세요 우리는 얼마 전 오랫동안 한국의 정치에 몸담았고, 5년간 대통령을 역임하여 나라를 다스렸던 김대중 전대통령의 국장을 치렀습니다. 올해 들어 김수환 추기경을 비롯해서 두 전직 대통령이 유명을 달리함으로 우리나라는 큰 지도자를 잃는 슬픔을 여러 차례 경험했습니다. 이러한 지도자들이 생전에 가졌던 좋은 뜻들 그리고 그들이 국민들을 위해서 뿌리고 심었던 것들과 아울러 마지막 죽음을 통한 메시지가 헛되지 않아 우리 사회에 좋은 결실로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과거 나라를 다스린 통치자이기 이전에 정당에 뿌리를 둔 정치인이기에 그를 추종하고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비판하고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리고 치열한 정치판 속에서 도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크고 작은 흠이 없을 수 없을 것이고, 그의 재임기간의 정책 중 잘 한 것도 있고 잘 못한 것도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역사 속에서 그러한 것들은 보다 객관적으로 평가되어야 합니다. 그의 그릇된 것은 우리의 역사 속에서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하고, 그가 우리 사회에 남긴 좋은 것들은 되새기며 잘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국민의 지혜일 것입니다.
김 전대통령은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의 민주화를 위해서 노력했습니다. 불과 20여년 전만해도 이 나라는 군사독재정권하에서 언론이 철저히 통제당하고 인권이 무시되며 힘과 권력에 의해서 약자가 눌림을 당하여 억울한 일이 양산되는 정치후진국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에 우리나라가 명실상부한 민주주의 국가로 발전한 변화의 밑바닥에는 민주주의와 인권신장을 위해서 헌신하고 희생한 수많은 민주선열들이 있었고, 그들 중심에 김 전대통령이 서 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 시대 많은 교회와 교인들이 불의한 권력에 무관심하거나 침묵하고 심지어 동조할 때에 이들은 공의를 세우기 위해서 자신을 내어던졌습니다. 독일의 신학자 헬무트 골비처는 ‘정치적인 세상에서의 기독공동체’라는 글에서, 오늘날 많은 그리스도인들의 문제를 이렇게 지적했습니다. 그들은 한편으로는 사회발전에 대한 무관심을 미덕으로 여기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정의를 최고의 가치로 삼는 불신자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일구어낸 민주화의 결실을 즐겨 향유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성경의 근본 가치인 자유와 인권의 발전을 위해 헌신한 이들에게 감사하며, 그 뒤를 이어 방관자가 아닌 책임 있는 참여자로 자유와 인권 그리고 민주주의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김 전대통령은 남북관계에 있어서 커다란 전환점을 이루었습니다. 그 이전에도 7 4 남북공동성명, 남북합의서 등 남북당국의 만남과 합의가 있었지만, 후속조치로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김 전대통령은 꾸준한 남북화해와 평화통일정책을 유지하면서 남북간 인적 물적인 교류를 장려하였고, 그 결과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면서 6.15공동선언을 이루어내었으며 이를 통해서 전혀 새로운 차원의 남북관계가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 문을 열고 개척해 가는 데는 많은 문제와 부작용이 따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나, 그것은 후대 사람들이 교정하고 보완해서 발전시켜가야 하는 문제입니다. 다시 옛날의 단절과 대립의 차원으로 돌아가서는 안 되며 그렇게 될 수도 없을 것입니다.
평화와 화해는 십자가 은혜의 핵심이요, 성경이 가르치는 그리스도인의 근본윤리입니다. 이 시대 이 한반도에 사는 우리들은 여전히 수많은 분쟁과 갈등의 한복판에 서있습니다. 대립과 분열의 길을 쉬워 보이지만 필경은 망하는 길이요, 평화와 화해는 많은 인내와 노력을 요구하는 어려운 길이지만, 필경은 흥할 것입니다.
우리는 평화의 사도로서 시대의 이 난제인 남과 북의 문제를 놓고 기도하며, 누구보다도 주님의 지혜를 모아 마침내 평화와 공의가 입을 맞추는 통일된 나라가 세워지기를 위해서 노력하도록 합시다.
애청자 여러분, 다음 이 시간까지 평안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