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칼럼
안녕하세요. 오늘은 최근 북한의 임진강 무단방류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싶습시다. 지난 6일 북한이 임진강의 황강댐물을 예고 없이 방류함으로 갑자기 불어난 물에 휩쓸려 우리 측 야영객 6명이 희생되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북한의 무단방류가 이 인명피해의 원인을 제공했지만, 여기에 우리 측 자동경보시스템의 관리 소홀과 공무원들의 직무유기도 큰 몫을 하고 말았습니다.
북한은 사고 다음 날 상류의 수위 상승 때문에 긴급 방류했다고 공식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통일부장관이 북한이 의도를 갖고 무단방류했다고 하면서 의혹은 커갔고, 그 의도가 무엇이냐를 놓고 여러 가지 추측이 무성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노골적인 적개심을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한미정보 당국은 무단방류직전에 황강댐이 만수위에 가깝게 물이 차있었다는 결론을 내렸고, 나아가 이 댐의 73%이상이 물이 차면 붕괴 위험이 큰 사력댐이기에, 수위가 높아질 때 긴급하게 수문을 열어야 하지 않았겠느냐는 관측도 나오면서 북한 해명의 진정성을 뒷받침해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문제를 남북의 특수한 상황으로 보기 이전에, 지금도 강을 공유한 나라들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물분쟁의 틀에서 먼저 볼 필요가 있습니다. 1967년에 중동에서 일어난 6일전쟁의 가장 큰 원인은 다른 무엇이 아닌 물문제였습니다. 수자원의 30% 이상을 갈릴리호수에 의존하고, 요르단강을 농업의 중요한 젖줄로 이용하는 이스라엘은, 강 상류에 위치한 시리아가 댐을 건설하자 전쟁을 일으켰고, 전쟁 결과 강수원지인 골란 고원을 점령함으로 안정적인 수자원을 확보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아프리카의 나일강 그리고 유럽의 다뉴브강의 경우 많은 나라들을 거쳐 지나가는 국제하천이므로 강문제로 인한 국가간의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월드워치 연구소의 산드라 포스텔은 '포린 폴리시'에 발표한 논문에서 "5개 대륙 17개 강 유역의 51개 나라들이 심각한 물 분쟁 위험에 놓여 있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남한과 북한 역시 한강과 임진강을 공유함으로 인해서 홍수나 강의 오염등 다양한 분쟁의 요소들을 안고 있습니다. 더구나 북한이 강 상류에 위치하고 있기에 자국의 이익을 우선해서 물을 관리하려할 때, 하류에 위치한 남한이 피해를 입게 되고 또 극단적인 경우에는 물을 무기화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번 북한의 황강댐조치는 나름대로 방류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을지 모르나, 사전에 통고를 해주지 않음으로 소중한 인명의 피해를 내게 된 것입니다. 사실 인명피해가 컸기에 뉴스로 부각되었지, 그동안 해마다 무단방류로 인해 강 주변 주민들은 물질적인 피해를 지속적으로 보아왔습니다. 이처럼 북한은 남측 주민에 대한 아무런 배려없이 행위를 반복해왔고,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한 외교적인 조치는 물론이고 재난방지시스템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등, 임진강은 남북이 공유한 하천임에도 불구하고 소홀히 여겨졌던 것입니다.
우리는 여기서 북한의 호전성과 야만성을 비난하며, 국제법 위반을 거론하고, 사과를 요구하면서 명분을 앞세워 기싸움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미래를 내다보는 지혜로운 방법이 아닙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 사건 이후 무단방류의 원인을 이처럼 신속히 해명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변화된 태도를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여, 강의 공동 관리를 위한 기구를 상설화하거나 아니면 최소한 사전에 통보하는 협약을 맺어, 다음에 올 수 있는 더 큰 재난과 분쟁의 소지를 막도록 해야 합니다.
강을 공유함으로 분쟁과 전쟁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서로 평화롭게 공동관리하게 될 때에 오히려 강은 이웃나라들을 연결해주고 유대감을 맺게 하는 좋은 도구가 되기도 합니다. 유럽 5개국을 하나로 묶어주는 라인강의 경우가 바로 그 대표적인 예일 것입니다.
모쪼록 한강과 임진강이 남과 북에게 분쟁의 요소가 아니라, 서로를 더 가까운 이웃으로 만드는 좋은 도구가 되기를 바랍니다.
애청자 여러분, 다음 이 시간까지 평안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