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평화와 공존을 향해서 방향을 전환하고 있는 세계를 돌아보고 싶습니다. 얼마 전 노벨위원회가 미국의 오바마대통령을 노벨평화상수상자로 선정하였습니다. 사실 오바마 대통령은 아직 취임한지 1년도 안되어 그 업적에 대한 평가가 시기상조라는 점에서 이 결정은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노벨위원회가 발표 뒤 기자회견에서 밝혔듯이 이 상은 오바마의 치적에 대한 평가보다는 그의 정치 방향과 비젼을 중시하고 그것을 발전시키는데 힘을 실어주려고 하는 배려였습니다. 그러므로 오바마도 자신이 이 상을 받을 자격이 없음을 인정하면서 이는 모든 국가의 사람들이 간직한 열망을 대표해 미국의 리더십을 긍정적으로 봐준 것이라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미국은 누가 뭐라고 해도 세계 정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나라입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미국의 영향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BBC방송이 국제뉴스에 자주 오르는 14개국을 놓고 전 세계 34개국 1만7천명을 대상으로 ‘세계에 끼치는 영향’을 조사하였습니다. 그 결과 조사대상의 47%가 미국이 세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하면서, 44%를 받은 북한보다 오히려 부정적인 시각을 보내었습니다. 미국이 이처럼 긍정적인 이미지를 주지 못했던 원인은, 세계의 경찰국가로서 세계의 질서를 유지할 책임을 자임하면서도, 자기 나라의 이익을 앞세우면서 공의와 공정성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9.11 사태 이후 네오콘으로 무장한 미국의 부시정권이 세계를 선과 악의 이분법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그 단순화된 틀을 각 나라에 강요하면서 무력으로 세계 패권을 유지하려 하려 곳곳에서 대결구도를 고착화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오바마에 의한 정권교체는 국제질서의 흐름을 미국의 일방주의에서 평화공존으로 바꾸는 정치적인 변화를 예고하였습니다. 실제 그는 올해 들어 핵무기 없는 세상이란 ‘담대한’이상을 제시하며 핵 군축을 위해 노력하는 한편, 교착상태에 빠진 중동평화회담 재개, 이슬람 세계와의 화해, 전지구적 기후변화 대응 등을 추구해왔습니다. 물론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아니며 특별히 당면한 아프칸문제는 평화로 향하는 발목을 잡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오바마는 분명 미국의 변화이며 그것은 동시에 세계흐름의 긍정적인 변화가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노벨위원회는 이제 세계가 달라져야 한다는 간절한 염원에서, 그리고 평화와 공존을 향한 새로운 국제질서에 대한 기대와 격려의 차원에서 오바마대통령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한 것이고 그런 점에서 이것은 결코 노벨상의 권위를 격하시키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평화와 공존을 추구하는 길로 이상적인 것으로 들릴지 모릅니다. 사람들은 언제나 “그렇게 되어져야할 세계의 모습”과 “지금 현재 세계의 모습” 사이에 커다란 괴리가 있음을 보게 됩니다. 특별히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는 더욱 그렇습니다. 하나님의 창조질서에 합당한 세상과 지금의 왜곡된 현실 사이에는 너무도 커다란 간격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언제나 지금 주어진 세계의 현실에 만족하거나 그 왜곡된 것을 정당화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 속에 말씀을 통해서 그려지는 “그렇게 되어져야할 세계의 모습”은 지금 있는 그대로의 현실에 불평과 불만이 되기보다는 비젼과 방향키의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평화의 왕으로 오신 주님을 신뢰하고 따르는 우리는 갈등과 대결로 흘러가기 쉬운 세상 속에서 언제나 평화와 공존의 이상을 말할 것입니다. 그런 세상이 되기를 기대하고, 그런 세상을 만들려고 하는 사람을 격려하며, 함께 그런 세상을 만들어가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우리 주님이 언젠가 세상에 온전한 평화를 가져오시는 그날까지 평화를 위한 노력을 계속합시다.

애청자 여러분, 다음 이 시간까지 평안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