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2006년 8월 3일 밤 일본 도야마발 오사카 행 특급열차 안에서 한 치한이 옆 자리에 앉은 20대 젊은 여성을 성추행하다가 화장실에 끌고 가 30분간 성폭행을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차량에 함께 있던 40여명의 승객은 피해 여성이 울면서 화장실로 끌려가는 것을 뻔히 보고서도 이를 제지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일본 사회에 충격을 주었습니다. 승객들은 “뭘 쳐다보고 있어!”라는 치한의 고함소리에 위협을 느끼면서 제지하기는커녕 승무원에게 신고조차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여러분이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했겠습니까?

이처럼 사회일각에서 불의한 일이 벌어지고 있고 이로 인하여 억울한 희생자가 남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대중들은 눈감아 못 본 체하든지, 그건 나와 무관하다면서 침묵하든지, 또는 괜한 평지풍파 일으켜 좋을 것 없다는 식의 보신주의로 흘러가기 쉽습니다. 심지어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목격한 객관적인 사실조차 부인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회학자이자 인권운동가인 스탠리 코언은 세상에서 수많은 인권 침해와 이로 인한 아픔과 고통이 가중되고 반복되는 데에는, 불의한 가해자뿐 아니라 방관자의 완고한 ‘부인’의 태도가 자리 잡고 있다고 말합니다. 가해자가 불의한 일을 감행하는 것은 이를 보면서도 방관하는 일반대중의 태도와 무관치 않으며 도리어 일반대중의 부인은 가해 권력의 행위를 정당화해준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불의에 대한 방관과 무관심 그리고 무책임은, 불의에 대한 암묵적인 동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독일의 신학자 본 훼퍼는 한 미친 운전사로 인해서 많은 사람들이 부상을 입고 있을 때에, 우리가 무엇을 해야겠는가를 질문하였습니다. 물론 그로 인해서 부상당한 사람들을 따라다니며 치료해주는 일을 하거나 하나님께 이를 멈추게 해달라고 기도할 수도 있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책임은 이 미친 운전사를 운전석에서 끌어내려 더 이상 차를 몰지 못하도록 하는데 까지 있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말처럼 본 훼퍼는 히틀러 암살계획에 가담했고, 결국 붙잡혀서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습니다. 유능한 신학자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아쉬움이 있지만, 그는 행동하는 믿음을 통해 전후 어느 신학자보다도 교회와 사회에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의로운 분이십니다. 의는 세상 주권자요, 심판자이신 하나님의 속성입니다.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죄 값을 치르기 위해서 처절한 죽음을 당하신 것은, 하나님은 사랑이시면서 동시에 공의로우신 분이심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자신의 아들을 죽이면서까지 하나님은 의를 지키려고 하신 것입니다.

그러므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람들은 의의 자녀로 누구보다도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들입니다. 불의한 것을 보고 방관하고 무관심한 것은 그리스도인의 책임윤리와 전혀 맞지 않는 것입니다. 사회정의를 위한 노력은 복음전파와 마찬가지로 의로운 자녀의 당연한 책무입니다. 세상의 불의함에 대해서 교회는 때로 예언자적인 자리에도 설 수 있어야 하고, 세상 권력에 맞설 수 있어야 합니다. 헬무트 골비처가 지적한 바대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을 부인하는 불신자들이 목숨을 바쳐 투쟁하며 희생하여 일궈낸 민주화의 열매를 따먹는 것으로 만족하는 무책임한 자리에 서서는 안 됩니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많은 민주화의 발전이 있었지만, 사회 구석 구석에는 여전히 불의한 요소들이 많이 감추어져 있습니다. 권력자들의 그럴듯한 언어의 유희와 이들을 두호하는 언론 이면에 숨겨진 객관적인 사회 실상을 정확하게 볼 수 있는 눈이 필요합니다. 나름대로 옳다고 설정한 목표를 위해서 온갖 통계를 조작하고 사실을 은폐하려고 하는 권력의 속성을 읽어야 하고, 법치와 공법을 앞세우면서 자행되는 다양한 인권침해와 불편부당을 헤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아울러 이 사회 속에 의를 세워가기 위해서는 어려움과 박해도 감수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에게는 종종 믿음의 용기가 필요합니다. 가장 공의로우신 하나님의 자녀인 그리스도인들이 의의 횃불이 되어 이 사회를 보다 밝게 비추어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애청자 여러분, 다음 이 시간까지 평안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