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칼럼
안녕하세요 오늘은 세계기아문제를 생각해봅시다. 지난 16일부터 이태리 로마에서는 아직도 만연한 세계의 기아문제를 해결해보고자 세계식량정상회의가 열렸습니다. 그러나 세계의 여론은 이 회의에 대해서 냉소적인 평가를 내리면서 기아와의 전쟁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개도국의 정상들은 대거 참여하였지만 선진국 G8 정상 가운데 이 회의에 참석한 사람은 개최국 이탈리아의 총리밖에 없었습니다.
이 회의에서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기아구제를 위해서 요청한 440억 달러는, 미국, 유럽연합, 일본등 선진국의 반대로 채택되지 못했습니다. 금융위기로 야기된 세계경제위기 앞에서 선진국들은 당장 자국의 경제회복을 위해서 천문학적인 공적자금 쏟아 붓느라, 가난한 나라를 위한 원조를 늘릴 여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를 두고 독일의 일간지 쥐드도이췌자이퉁(SZ)은 지구에서 매년 금융산업을 위해서는 1조 달러 넘게 책정되지만, 기아와의 전쟁을 위해서는 440억 달러도 부담스러워한다고 꼬집었습니다.
FAO가 새천년을 맞이하면서 세운 바 2015년에 굶주리는 인구를 반으로 줄이고 2025년까지 세계의 기아를 완전히 극복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는 도달 불가능한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1996년 당시 굶주리는 인구는 8억 6천만명이었지만, 오늘날에는 10억 2백만명으로 오히려 더 증가하고 만 것입니다.
이러한 식량상황의 악화는 가뭄이나 홍수, 지구온난화 등의 자연적인 원인에 우선 있겠지만, 근간에는 세계경제정책이 더 큰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세계무역기구가 지향하는 경제자유화는 개발도상국의 농업을 혼란에 빠뜨리는데 일조했고, IMF와 세계은행이 강요한 신자유주의 정책은 필수품에 대한 보조금 철폐를 요구하고, 생산된 부를 외채상환에 우선적으로 사용하도록 함으로 식량위기를 가중시켰다는 것입니다.
나아가 통제되지 못하는 곡물가격폭등은 가난한 나라에는 화약고 같은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작년 세계적인 농산물 가격 폭등 시 칸 IMF총재는 “식품 값 폭등이 지금과 같은 추세로 계속되면 수십만명이 굶주리고, 경제상황을 파괴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지만 지구촌은 시장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에 대한 개선 조치가 없었던 가운데 이번 세계 경제가 회복되면 또 다시 곡물가격이 폭등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세계식량정상회의에서 교황 베네딕트 14세는 한쪽에서 기아의 비극이 커져가는 상황에서 다른 한쪽에서의 과소비와 사치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하면서, 인간의 이기심을 기아전쟁 실패의 가장 큰 원인으로 규정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번 회의에서 아시아 지역의 ‘비상 비축 쌀 프로그램용 쌀 15만톤도 비축·제공하겠다고 밝혔지만, 전반적으로 가난한 나라를 돕는 해외원조가 국가경제규모에 비해 턱없이 낮다는 이유로 국제사회로부터 비판적인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과거 가난할 때에 많은 식량을 도움으로 받은 나라로서, 이제 우리나라도 지구촌에서 벌어지는 기아와의 전쟁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합니다.
하나님은 에스겔 선지자를 통하여 소돔의 죄악을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네 아우 소돔의 죄악은 이러하니 그와 그의 딸들에게 교만함과 음식물의 풍족함과 태평함이 있음이며 또 그가 가난하고 궁핍한 자를 도와주지 아니하며” [겔 16:49]
오늘날 지구촌 한쪽에서 벌어지는 음식물의 풍족함과 태평함, 그리고 자기와 자기나라만을 생각하면서 가난하고 궁핍한 자를 외면하는 이기주의가 바로 소돔의 죄가 아니겠습니까? 상대적으로 풍요로운 지구촌에 속해있는 우리나라의 그리스도인들은 이러한 죄로부터 우리 자신을 지키고, 기아와의 전쟁에 보다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할 것입니다.
애청자 여러분, 다음 이 시간까지 평안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