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들은 과거 36년간 일제의 통치하에서 불의한 법과 헌병, 경찰을 앞세운 공권력 아래서 고통을 겪어왔습니다. 해방 후에도 권위주의적인 독재정권하에서 국가권력은 의롭지 못했습니다. 유신헌법등의 반인권 법을 만들고, 군인과 경찰을 앞세워 사람을 억압함으로 국민들은 공권력을 두려워했고, 그 아래서 자행되는 불편부당한 일들을 묵묵히 참고 견뎌야 했습니다. 그러다가 민주화가 되어가는 과정 중, 과거 불의한 법의 실체들이 드러났고, 국가폭력의 사례들이 밝혀지면서, 국민들 속에서 법의 권위는 땅에 떨어지고, 공권력은 불신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지나쳐서 국민들 속에 방종의 기류가 흐르고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옳은 법도 자기 이익에 부합되지 않으면 불법으로 매도하며, 공권력을 집행하는 경찰에 대항하는 등 정당한 공권력마저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그릇된 습관이 국민들 사이에 만연하는 것입니다. 국가 뿐 아니라, 자신이 속한 크고 작은 공동체의 룰을 깨뜨리고 가장 상식적인 것조차도 실천하지 않는 것이 정치인들부터 시작해서 일반시민들 가운데도 일상화되어 있습니다.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린 서양에서 법을 무시하고 정당한 공권력에 대항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고, 그 대가가 얼마나 혹독한 것인가를 안다면, 이러한 자의적인 행동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가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과거의 불의했던 권력의 역사와 그에 대한 지나친 반동에서 빚어진 방종의 역사사이에서 이제 제자리를 찾아야 합니다. 사회적인 합의를 통해 룰을 만들면 그것을 서로 존중할 줄 아는 사회풍토가 서로간의 신뢰를 만들고, 그러한 사회적 신뢰가 나라를 강하게 하는 힘인 것입니다.

이러한 노력은 국민들뿐 아니라, 나라를 다스리는 권력자들에게도 중요한 것입니다. 권력자들은 국민들에게 법치의 중요성을 말하고 가르쳐야 할 뿐 아니라, 그들 스스로가 법과 질서 아래 복종하는 본을 보여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에 얼마 전 삼성 이건희회장의 사면은 법의 권위를 스스로 무력하게 만드는 좋은 표본입니다. 우리나라의 대통령들은 그동안 특별사면이라고 하는 권한을 남용하여 사법부 위에 군림하는듯한 모습을 보여 왔습니다. 오랜 세월 법정공방이 이어지고, 대법원까지 가서 신중하게 결정된 판결들을 손바닥 뒤집듯이 하여 사면시켜버리는 것입니다.

이번에 이건희회장은 양도소득세 포탈 혐의, 삼성 SDS의 신주인수권부 사채의 저가발행에 대해 서울 고등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천100억원의 유죄를 선고 받았습니다. 이 판결이 과연 공정한 것이었는가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또한 얼마 전 대법원은 이회장의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통한 편법 증여 혐의에 대해서 무죄선고를 내렸는데, 이 또한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인상을 국민들에게 깊이 심어주면서 사법부의 정의에 대하서 회의를 갖게 하였습니다. 법은 만민 앞에서 공평해야 합니다.

그런데 거의 10년 넘게 법정다툼을 벌여 그나마 유죄선고를 받은 이회장을, 대통령은 불과 4개월만에 소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와 경제를 위한다는 명분에서 사면시킨 것입니다.

이것은 그동안 늘 법치를 앞세우고 공권력의 회복을 강조하면서 강경한 기조를 유지해왔던 대통령 자신의 태도와 모순되는 것입니다. 겉으로는 법이나 정의, 명분을 말하면서 실상은 경제와 실리를 앞세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릅니다.

그러나 당장의 경제적인 이익보다도 정의를 물 같이, 공의를 마르지 않는 강 같이 흐르게 하는 것이 하나님이 세우신 국가의 권력자가 우선 선택해야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멀리 내다볼 때에 결국 이것이 국익를 위하는 더 나은 길입니다.

대통령부터 시작해서 공무원과 경제인들 그리고 일반 서민에 이르기까지 법과 공의를 소중히 여기는 나라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애청자 여러분, 다음 이 시간까지 평안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