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세상에 서있는 하나님나라의 공동체입니다. 이 세상에 임한 하나님나라와, 그 하나님나라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세상 사이에 교회가 서있습니다. 그러므로 교회는 세상에 하나님나라를 전함으로 세상을 섬길 책임이 있습니다.

 

우선 교회는 말씀 선포를 통해서 하나님나라를 세상에 알립니다. 말씀 선포는 교회의 중요한 사명입니다. 교회가 침묵한다면 세상은 자기의 참된 통치자와 그의 뜻을 도무지 알 길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해야 합니다.

 

아울러 교회는 지상에서 하나님나라를 실현하는 공동체가 됨으로 세상을 섬길 수 있습니다. 교회가 세상의 원리를 좇는다면 결코 빛과 소금이 되지 못할 뿐 아니라, 맛을 잃은 소금이 되어 버려지고 사람들에게 짓밟히게 될 것입니다.

 

2천년전 민족과 인종의 차별, 신분차별로 가득했던 사회 속에서 교회는 아무런 계급도 차별도 없는 공동체로 세워졌습니다. 종이나 자유자가 차별이 있을 수가 없고, 헬라인이나 유대인이나 서로 형제 자매였습니다. 당시 교회공동체는 구성원의 다양함을 용납하고 한 몸의 지체로 끌어안는 관용의 정신으로 가득 찼습니다. 그러기에 수많은 교회로 늘어난 가운데서도 분열됨이 없이 하나의 교회로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교회를 통해서 실현된 하나님나라의 원리는 당시 사회에 큰 도전이 되었습니다. 세상은 교회를 통해서 하나님나라의 공의와 사랑을 배웠고, 교회를 통해서 하나님의 통치는 사회로 확장되어갔습니다.

 

그러나 점차로 기독교가 공인종교가 되고 국교화 되면서, 교회가 이런 성경의 원리에서 떠나 계급화된 성직교권주의(hierarchism)로 물들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오히려 세상의 다양한 차별을 주도하는 퇴행적인 기관이 되고 말았습니다. 인종차별, 성차별, 민족차별의 한 가운데 교회가 있었고, 노예제도를 성경적이라고 우기는 우를 범하기도 했습니다. 경건하고 교회중심적이고 믿음이 좋은사람 일수록 오히려 이런 사고에 젖어있게 만들었습니다.

 

오늘날 한국의 개신교회가 사회적인 신뢰를 얻지 못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성향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사회는 열리고 발전하는데, 교회는 오히려 그릇된 전통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과연 우리 사회는 교회를 통해서 하나님나라의 원리를 배울 수 있을까요? 관용을 잃고 차별과 대립, 분열과 갈등으로 얼룩진 우리 사회를 치유할 능력을 오늘날 교회가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까? 오히려 교회와 교인들이 그런 어두운 소용돌이의 한 가운데 들어있는 것은 아닌가요?

 

우리 부산중앙교회는 이 시대에 하나님나라의 원리를 실현하는 공동체가 됩시다. 그러면 이 공동체를 통해서 배우고 훈련받은 우리 교인 한 사람 한 사람은 이 사회를 치유할 마인드를 가진 건강한 시민으로 세워져 갈 것입니다.

 

이제 시작되는 이 한 울타리안에서 각 지체들이 서로의 신앙과 생각을 공유하면서, 세상에 도전을 주는 은혜로운 공동체가 되로 세워지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