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대담

"세상과 소통해야 교회가 산다"

      

- 지금 우리 국민들은 소통이 되지 않는다고 답답해하는데요, 교회는 어떻습니까?

 

80년대까지는 교회가 사회적인 신뢰를 얻었습니다. 이후 90년도, 2000년대 들어서 교회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는 이유 중 하나는 교회가 변한 것이 아니라 세상이 변한 것입니다. 언론의 자유도 옛날보다 신장이 되었고 인터넷을 통해서 다양한 정보들을 얻게 되다 보니까 우리나라 사람들의 비판 의식이 전보다 늘어나고 사회 구석구석을 보는 눈이 날카로워졌습니다.

그런 변화된 눈으로 교회를 보니까 교회가 너무 자기들 틀 안에만 있고 사회에 대해서 무관심하고 무책임하다고 여기는 거에요. 그런 점에서 차차 교회에 대하여 실망하고 불신하고 비난하게 된 것이 아닐까요?

그동안 교회는 세상이 뭐라고 하든지 간에 교회의 관습과 전통을 좇아 우리 식으로 나아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세상과 소통하면서 교회의 문턱을 낮춰야 합니다. 이제는 사회에 대하여 책임 의식을 가지고 사회의 문제를 우리의 문제로 끌어안고 함께 극복해 나가려고 하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수그리스도에 대한 확고한 신앙 아래서, 세상 사회와 어떻게 소통하느냐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생각합니다.

 

-년 초 제직세미나에서 원전에 관한 강의가 있었는데요, 교회에서 원전반대운동을 할 수 있나요?

 

이번 제직세미나에 원전문제, 남북통일문제, 한국교회문제를 다룬 것은 적어도 우리 제직들은 교회에서 뿐 아니라, 사회에서도 제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사회적인 문제를 다룰 때에 정치적인 이슈나 당파성을 가진 내용은 자칫 교회를 정치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런 것은 지양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번 고리1호기 폐쇄 문제는 우리 지역의 과제이고 지역 주민의 생존권이 걸린 안전 문제입니다. 30년 수명의 원전을 10년 연장하고도 모자라 이제 50년까지 쓰겠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발상입니까? 만약에 예기치 못한 일이 일어날 때에 그 결과를 생각한다면 당연히 반대해야 합니다. 이런 것에 대해서 무관심하다는 자체가 건강한 신앙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문제는 국가 시책만 바뀌어서 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스스로 에너지 절약 운동도 하면서 장기적으로는 탈핵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당장은 고리원전1호기를 폐쇄하는 운동을 해야 합니다.

 

-이번에 교회서 고리1호기 폐쇄를 위한 서명 운동을 했는데 정치적으로 민감한 것이 아닌가요?

 

이런 유의 서명 운동은 처음인데, 정치적인 것과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그동안 사실 우리나라에서 원전을 확대하는 것은 보수나 진보 정권 모두가 추구해 온 정책이거든요.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저는 우리 교회가 정치적으로 보수적인사람들과 진보적인 사람들이 함께 어울리는 교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러면서 서로 마음의 문을 열고 상대방의 생각과 관점을 이해해주고 수용하는 가운데 자기의 정치적인 자리매김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이런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많아야 우리 사회가 건강해지거든요. 진영 논리에 사로잡혀서 무조건 상대방을 매도하고 전혀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것은 건강한 그리스도인이 아니라고 생각 합니다.

교회가 정치화되어서는 절대 안 되지만 정치적인 책임은 꼭 가져야 합니다. 왜냐하면 복음이 그것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복음 자체가 하나님 나라의 메시지거든요. 하나님 통치의 영역이 우리 개인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주적인 것이기 때문에 하나님 나라의 사역을 하는 사람이라면 사회와 국가에 대한 책임의식을 가져야 됩니다. 국가에 대한 책임의식은 납세, 국방의 의무뿐 아니라 우리 국가가 좀 더 정의로운 나라가 되고 평화롭고 올바른 나라가 될 수 있도록 섬기는데서 나타나야 합니다. 그런 정치적인 책임의식을 세상의 학문, 정치관, 신문에서만 배우고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 속에서 찾고 말씀을 통해서 키워야 됩니다.

    

-종교인 과세에 대하여 어떤 입장이신지요?

 

개신교는 한기총을 중심으로 종교인 납세를 줄기차게 반대해 왔습니다. 반대 이유는 종교인은 근로자도 아니고 연봉을 받는 것도 아니며 사역에 대하여 사례비를 받는 것이다.’입니다. 이들 속에는 목회자가가 납세를 하면 노동자로 전락하게 되고, 목회라는 거룩한 사역이 폄하된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심지어 이렇게 세금을 내면 교회 재정이 국가로부터 컨트롤 받게 되는 것처럼, 이렇게까지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저의 생각은 다릅니다. 목회자들은 당연히 목자의 심정으로 성도를 섬기고 있지만, 사회적인 관점에서 보면 그 사역의 대가로 보수를 받는 것입니다. 여러 가지로 포장해서 이야기하지만 교역자들이 교회로부터 받는 것은 소득입니다. 그리고 소득이 있는 곳에서는 반드시 세금이 있다는 것이 민주 사회의 원칙입니다. 로마서 13장의 국가에 대한 말씀에서 세금을 낼 자에게 세금을 내라는 가르침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납세운동을 하고 있고, 또 자진 납세를 하는 교회들이 조금씩 늘어가고 있습니다. 수도권은 좀 있는데 부산 지역은 아주 드물어요. 현재 우리 교회의 교역자와 직원 모두는 납세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습니다.

 

- 가톨릭은 그동안 민주화 운동이나 노동 운동 그리고 최근 용산 참사, 강정 마을 등의 시위에 관여하고 있습니다. 반면 개신교는 이런 일에 무관심하고 대신 전도를 열심히 했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가톨릭은 교세가 늘어나고 개신교는 교세가 줄어들었습니다. 이런 현상을 진단하신다면요?

 

우리 사회 전체적으로 개신교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안 좋다보니까 전도가 이전보다 훨씬 힘들어졌어요. 그렇다고 전도하지말자는 아니고요. 어려워진만큼 두배로 열심히 해야겠지요. 그러나 전도의 대상인 일반인에게 교회가 이처럼 부정적인 이미지를 남겼느냐 하는 것에 대해서는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개신교의 관점에서 볼 때에 가톨릭의 교리에는 비판할 것이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가톨릭은 오래 전부터 사회 문제에 아주 적극적으로 뛰어 들어서 민주화투쟁도 하고, 억울하고 힘없는 이들을 위한 편에 서왔습니다. 그렇다 보니까 가톨릭에 대한 이미지가 '우리의 삶과 동떨어지지 않았다'입니다. 사람들과 같이 시위도 하고 불편한 자리에 가서 그들 편이 되어주고 하는 것이 정치적인 이해관계를 떠나서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진 것입니다.

앞의 내용과 반복되지만, 그동안 우리가 소홀히 여긴 부분들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많은 인내와 지혜가 필요합니다. 가톨릭 신부 수녀들은 강정마을 가서 데모를 하지만 개신교 목사들이 그렇게 한다면 교인들이 납득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개신교신학에서 보다 활발한 논의가 필요하고, 교회에서의 적용과 실천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시간도 필요하고 눈높이도 숙고해야 합니다.

우리는 데모 현장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사회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교인들이 그런 곳에 관심을 가지고 개별적으로 참여도 하고 사역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필요합니다.

    

- 올바른 교회가 되기 위해서 교회가 추구하는 비전이 있나요?

 

영혼을 구원하여 제자삼고 건강한 공동체로 세상을 변혁하는 교회’. 이것들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잘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도도 열심히 하고 전도한 사람들을 바른 제자로 양육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함께 나눌 수 있는 소그룹 공동체를 활성화하고 세상을 개혁하는 사역도 해야 합니다. 제자양육이란 단순히 교회 생활을 잘 하는 사람을 만드는 것이 아니고 그리스도의 가치관을 가지고 사회적 책임을 지면서 세상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사회적 책임이란 직장 생활 잘하고 가정생활 잘해야 된다 하는 정도가 아니고 우리가 몸담고 있는 사회를 하나님의 말씀으로 바르게 세워가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즉 신앙은 공공성을 갖고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교회 사역은 점점 커지고 목사님 몸도 불편하신데 전에 안하시던 외부 집회를 자주 나가시는 목적이 있습니까?

 

다른 교회 교인들도 우리 교회가 지향하고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어느 교회로부터 설교요청을 받으면 무엇을 설교할까를 놓고 고민하면서 기도하지요. 대개 또 다시 그 교회에 가서 설교할 기회를 갖기는 어렵거든요. 그래서 일반적인 주제보다는 통전적인 신앙에 설교의 초점을 맞추려고 해요. 몇 년 전 어떤 교회에서 특새설교를 부탁하는데, 아예 사회적 관점과 관련해서 설교 해달라는 거에요. 담임목사가 그렇게 준비해서 그런지 반응도 좋았습니다.

   

-우리 교인들이 목사님을 위해서 기도해 주었으면 하시는 기도 제목이 있다면요?

 

담임목사로서 머리 되신 주님의 뜻을 헤아려 목양을 잘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영적으로 항상 깨어 있어야 합니다. 성령의 인도를 받고 말씀과 기도로 바르게 설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고요 또 하나는 목디스크가 꼭 치료되어 건강을 회복해서 목양을 힘 있게 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대담_윤화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