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 1호기 폐쇄 결정을 바라보며

 

지난 612일 국가에너지위원회가 고리 1호기를 폐쇄하도록 한수원에 권고하기로 결정했고, 한수원은 이것을 받아들임으로 고리 1호기는 결국 폐로의 길로 가게 되었습니다. 국가가 참 잘 결정했습니다.

지난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원전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동안은 정부와 한수원이 하는 좋은 말만 듣고, 원전은 값싸고 청정한 에너지요, 안전한 에너지라는 막연한 생각을 갖거나 아예 무관심하게 살아왔는데, 그런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별히 부산에 속한 고리 지역에 다량의 원전이 설치되어 있다 보니 부산시민들에게는 이것이 국가적인 문제이기 이전에 자신의 생존과 관련된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그 중에 관심이 집중된 것은 우리나라 최초의 원전인 고리1호기였습니다. 30년 수명으로 세워진 것이기에 2007년 폐로해야 했으나, 10년을 연장해서 지금까지 운행하는 노후원전입니다. 그런데 정부와 한수원은 이것을 10년 더 연장할 계획을 갖고 있었습니다.

후쿠시마의 경우 쓰나미로 인해 터진 원전 10기 중 4기는 모두 노후한 원전이었습니다. 그만큼 노후원전은 고장의 우려도 있고, 외부의 충격에 약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많은 나라들이 후쿠시마 원전사건을 보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원전을 줄여가고 있습니다. 특별히 일본을 높이 평가하던 독일의 경우, 일본과 같이 기술력이 탁월하고 매사에 철저한 나라가 이처럼 원전사고에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면서 2021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일본과 가장 가까운데 위치한 우리나라 정부와 한수원은 오히려 우리나라에서는 후쿠시마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라고 하면서 오히려 원전을 늘리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습니다.(이미 7개를 건설중이고, 이후 6개를 더 지어 세계 5대 원전국가로 진입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원전을 수출산업으로 육성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손봉호 교수가 제직세미나에서 한 말, ‘세월호 사건을 보면서 이렇게 안전불감증에 걸려있고, 부정부패가 심한 우리나라야 말로 원전을 가져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는 틀린 것이 아닙니다.

더구나 이 노후한 고리1호기조차 다시 연장하려고 하는 것은 경제성을 앞세우면서 국민의 안전을 도외시하는 그릇된 정책이었습니다. 이에 부산의 의식 있는 많은 시민들과 시민단체들이 반대운동을 벌렸습니다. 그러던 가운데 교회와 밀접한 연계를 갖고 있는 부산YWCA와 부산기독교윤리실천운동(부산기윤실)이 함께 가세하면서 시민운동은 많은 탄력을 받았고, 결국 고리1호기폐쇄 부산범시민운동본부를 결성되어 폐로운동의 중심점에 서게 되었습니다. 폐쇄를 위한 10만명 서명을 받아내었고, 나아가 100만명 서명운동을 전개했습니다. 이러한 시민운동이 부산의 여론을 이끌고 정치권과 협력하면서 고리1호기 폐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습니다.

이 운동에 대부분의 부산교회들은 소극적이었습니다. 이단문제, 동성애문제등 윤리적인 문제에는 적극적인 편이지만, 사회적인 문제는 아직 세상사람들이 해야하는 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고질적인 이원론 사고는 하루아침에 바뀌기는 어렵고, 먼저 목회자들의 변화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개교회로서는 드물게 우리 부산중앙교회는 폐쇄를 위한 서명운동에 749명이 동참해서 10만 서명운동에 큰 힘이 되었습니다. 올해 새해 제직세미나에 탈핵운동에 앞장서는 김익중교수의 강의를 듣고, YWCA에서 발간한 소책자 어머니란 이름으로 탈핵을 외치다를 읽으면서 원전의 실상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아울러 계속되는 사회책임에 관한 설교를 통해, 창조질서의 보전이 왜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의 중요한 사명인가에 대해 이해해갔습니다.

이번 고리1호기 폐쇄운동의 성공적인 결실은 누구보다도 우리 교인들에게 큰 기쁨과 보람을 느끼게 하고 아울러 환경에 대한 의식을 더욱 새롭게 일깨웠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이 모든 과정에서 그리스도인의 사회적인 책임이 추상적인 것이 아닌 실질적인 것으로 다가오는 좋은 교육의 장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신앙적인 사역은 단순히 교회 안에서 무엇을 하는 것만이 아니고, 가정과 직장 더 나아가서 사회전체가 하나님의 다스림 아래 있도록 하는 하나님나라 사역입니다. 이러한 건강한 신앙으로 세상을 좀 더 하나님의 뜻에 합당한 좋은 세상으로 변혁해가는 우리 교회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