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존엄사
 

안녕하세요. 오늘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존엄사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지난 11월 28일 서울 서부지법 재판부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식물인간 상태의 환자인 76세의 김모씨가 현재 회생할 가능성이 없고, 평소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거부한다는 뜻을 밝혀 온 점이 인정된다면서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라는 판결을 통해 존엄사를 인정하는 조치를 내렸습니다.  

안락사나 존엄사의 논쟁은 오래된 일입니다. 우선 안락사와 존엄사의 차이는 안락사는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독극물 등을 투여해 인위적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것이고 존엄사는 역시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가 품위있게 죽을 수 있도록 생명유지 장치를 제거하는 것을 가리킵니다.  

나라마다 안락사나 존엄사에 대한 입장을 달리하고 있습니다. 서구에서 안락사를 절대 불허하는 나라는 많지만, 존엄사에 대해서는 법으로 허용하지는 않더라도 판례상 대체로 용인해주는 편입니다.  

사실 현실적인 면에서 본다면 본인이나 가족에게 존엄하게 죽을 수 있는 권리는 필요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우선 건강이 호전될 가능성이 없는 가운데, 극심한 고통 속에서 또는 의식이 없는 식물인간으로 인공호흡기나 영양튜브에 의존하여서 생명을 연장해가는 것이 첫째로 본인 자신에게도 힘들고 어려운 일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둘째로는 집안에 병자가 생기면 온 가족이 여기 매달려야 하는 우리의 의료 현실에서 가족들에게 큰 시련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게다가 마지막으로 이러한 치료에 드는 의료비로 인해서 커다란 경제적인 부담을 안아야 하는 것도 남겨진 가족에게는 현실적인 문제가 아닐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 이유에서 최근 국립 암 센터에서 조사발표한 바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의 88%가 존엄사를 찬성하고 있다고 합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위의 이유를 공감하면서 품위있는 죽음을 선택할 권리를 인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 역시 이러한 현실적인 당위성을 충분히 공감하며 이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좀 더 다른 각도에서 이 문제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생명의 소중함입니다. 우리는 생명이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것임을 믿고 고백합니다. 생명의 주인은 하나님이십니다. 주시는 것도 하나님시오, 거두시는 것도 하나님이십니다. 그러므로 생명이 태어나는 것도 또 생명이 마쳐지는 것도 모두가 다 하나님의 주권 속에 있습니다. 그러하다고 할 때에 과연 우리 인간이 스스로 자신의 생명을 거두거나 또는 가족들이나 나라가 사람의 생명을 거둘 권한이 있느냐는 것입니다. 안락사나 또는 존엄사 모두가 결국 생명을 거두는 일을 사람이 결정한다고 할 때에 우리가 깊이 생각해보아야 할 부분입니다. 
 

또 다른 것은 이러한 존엄사의 허용이 안락사로 이어지고 그러는 가운데 자칫 오용될 소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독일은 안락사에 대해서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알레르기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그것은 나찌 시절 히틀러가 Euthanasie Projekt 라는 안락사 프로그램을 통해서 정신지체자, 유전병자, 장애자등 사회적인 약자 7만명을 살해하는 일을 자행했기 때문입니다. 국가가 이러한 반인륜적인 살인을 저지른 것은 진화론적인 사회관에 입각해서 사회발전을 위해 짐이 되는 열등한 사람들을 없애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우리 인간은 언제나 실용주의, 편의주의 그리고 경제적 이해에 사로잡히기 쉽습니다. 그러기에 안락사나 존엄사의 허용은 자칫 억울한 죽음을 당하는 사람들이 나오게 할 수 있습니다. 만일 존엄사를 사회적으로 용인한다고 할 때에 여기에 대한 철저한 제도가 반드시 뒷받침 되어야 할 것이고 우리는 그것을 강력히 요구해야 할 것입니다.  

애청자 여러분, 다음 이 시간까지 평안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