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칼럼
제목 : 감추어진 하나님
안녕하세요. 벌써 올 해 마지막 칼럼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먼저 올 한 해를 어떻게 돌아보고 해석해야겠는가를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흔히 연말에는 다사다난이라는 말을 많이 쓰게 되는데요, 올 한해 우리나라나 세계적으로 참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각 나라마다 다양한 사회정치적인 변화가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미국발 금융쓰나미로 말미암아 찾아온 경제위기와 경기침체가 전 세계에가 공통적으로 맞이한 가장 큰 사건이었던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경제전문가들은 새해가 경제적으로 더 어려운 시간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올 한해를 돌아보면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잘 되고 좋았던 일이 있었는가 하면, 잘못되고 고통스러운 일들도 있었을 것입니다. 고난과 형통을 병행시키시는 하나님의 섭리를 좇아 인간사 속에는 이러한 것들이 늘 반복되어 왔고 또 반복되어 갈 것입니다.
좋은 일이 찾아올 때야 누구나 기뻐하지만, 재난과 불행이 찾아오면 사람들은 고민하면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를 질문하게 됩니다. 그 해답을 단순히 사람, 자연, 사회구조 등에서 찾으려고 하는 비신자들과 달리, 하나님을 세상의 왕이요 역사의 주관자로 고백하는 사람들은 “왜 하나님은 인간에게 이러한 고난을 허락하시는가?”로 질문하게 됩니다.
사실 이것은 하나님의 공의와, 세상의 악, 그리고 인간의 당면한 고난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명쾌히 알고 싶어하는 인간의 본능적이면서도 너무나 절실한 질문이지요. 이것을 어려운 말로 Theodizee 곧 신정론이라고 합니다.
이런 부분에서 깊이 있는 신학자 크리스챤 링크교수의 “하나님의 어두운 면”이라는 책은 이런 질문을 던지면서 시작합니다. “장래가 촉망되는 의사가 교육을 받던 중 교통사고로 그의 아내와 함께 한 순간에 사라져 버렸다. 예전의 유고공화국들과 코카서스에서 폭력이 자행되고 있지만, 우리는 지난 3년 넘게 그저 힘없는 증인으로 바라보고 있어야만 했다. 나아가 히로시마와 드레스덴의 그 철저한 파괴- 어떻게 하나님은 이것을 허용하실 수 있는가?”
우리는 어떠합니까?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된다고 여겨지는 수많은 문제들, 변화되지 않는 답답한 현실들, 그리고 그 앞에서 무기력한 자신 - 이런 현실을 그대로 끌어안고 한 해를 마감하면서 우리 속에도 이런 질문들이 일어날 것입니다. “왜 나에게? 왜 우리에게? 왜 이 나라에? 왜 이 세계에?”
특별히 오늘날 전 세계적인 재앙이라고 할 수 있는 경제적인 위기와 시련 속에 담긴 하나님의 섭리는 무엇일까요? 왜 하나님은 이런 것을 허용하셨을까요? 하나님이 주시고자 하는 교훈은 무엇일까요? 누구도 그 답을 쉽게 얻을 수 없지만, 이러한 질문자체는 참 의미있고 가치있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이 경제위기를 빨리 극복하고 다시 잘 살 수 있을까에 골몰하지만, 우리 그리스도의 제자들은 도리어 먼저 이런 큰 사건들 속에 감추어진 하나님의 보다 깊은 뜻을 생각하고 헤아릴 줄 알아야 할 것입니다. 너무 쉽게 답을 내면서 마침표를 찍는 것은 옳은 태도가 아닙니다. 주어진 현실을 하나님의 말씀에 비추어 고민하고 또 연구하려고 하다보면 개인이나 이 사회 속에 주시는 하나님의 메시지를 듣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당면하는 재난과 시련의 문제에 대해서 한 가지 놓쳐서는 안 되는 해석의 열쇄가 있습니다. 그것은 하나님은 빛의 하나님이요 사랑의 하나님이라고 하는 사실입니다. 모든 역사의 흐름 속에 이 하나님의 근본적인 섭리는 변함이 없습니다. 쉽게 계시되지 않고 감추어진 그분의 손길 속에는, 드러난 것보다 더 진한 사랑과 은총이 배어 있음을 우리는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루터는 이사야 45:15을 갖고 ‘감추어진 하나님’(deus absconditus)라는 말을 즐겨 사용했습니다. 비신자들은 주가 십자가에 못 박혔다는 데서 하나님의 진노를 보고 심지어 하나님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신앙은 십자가에 못 박힌 그분 속에서 하나님의 사랑의 증거를 보게 해준다라고 말했습니다.
하나님이 없는 것처럼 여겨지는 현실, 그가 대답하지 않는 것 같고, 그의 역사가 멈추어져 있다고 느껴지는 어두운 현실 속에 감추어진 하나님의 보다 깊은 사랑과 은총을 바라보면서 한해를 보내고 새로운 한해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맞이합시다.
애청자 여러분, 다음 이 시간까지 평안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