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칼럼
제목 : 국가의 법과 선교에 관하여
안녕하세요. 오늘은 국가의 법과 교회의 사역에 관해서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기독교역사에서 교회의 사역과 국가 권력 사이에는 언제나 크고 작은 갈등이 있어 왔습니다. 때로 국가 권력에 순응하지 않고 거스리는 것이 필수적일 수밖에 없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루터가 종교개혁을 일으킬 당시 제후들이 로마카톨릭의 요청을 따라 루터의 책을 금서로 규정하고 불태우기를 명했습니다. 이 때 루터는 “공권력에 관해서”라는 책을 통해서 교인들에게 이러한 명령을 순종하기 말기를 권고했습니다. 그러면서 하나님의 말씀이 세상의 법보다도 우선함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종교개혁이 어느 정도 자리 잡은 뒤 토마스뮨쳐를 중심으로 한 농민혁명이 일어났을 때, 루터는 이 혁명을 반대하면서 교인들은 여기에 가담치 말고 국가의 법과 질서를 지킬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러한 루터의 자세는 국가의 관계에 있어서 지상의 교회가 가질 수밖에 없는 두 가지 모습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이중성의 자세에서 교회는 진정 고민하고 기도하면서 자의적이거나 교회이기주의를 근거로 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성경이 가르쳐주는바 우리가 가져야할 근본적인 자세는 인간이 세운 제도를 주를 위하여 순복하라고 하는 것입니다. (벧전2:13) 국가 자체가 마귀의 산물이 아니라, 하나님이 인간에게 허락하신 공동체요, 법이라고 할 때, 그 권위가 하나님께로부터 온 것을 인정하고 존중할 줄 아는 것이 바른 신앙의 자세일 것입니다. 이것이 바탕이 된 가운데 국가의 법 위에 하나님의 말씀이 있다는 고백을 할 때, 그 고백은 참된 고백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유감스러운 것은 전체적으로 우리 국민들이 법과 질서를 별로 존중하지 않는데 익숙해져 있고 그리스도인들 역시 이점에서 별다르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특별히 교인들에게 있어서는 교회의 사역을 위해서는 법을 무시해도 된다라고 하는 그릇된 통념이 밑바닥에 깔려 있습니다.
1980년대에 우리나라에서는 “통일은 선이다” 라는 말이 젊은이들 사이에 회자되면서 통일지상주의가 팽배했었습니다. 그 밑바닥에는 통일이 이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이므로 통일을 위한 일이라면, 그것이 국가의 법을 위반한 것이건, 인륜의 도리에 어긋난 것이건 다 선한 것이다 라는 사고였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당시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통일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반대하는 사람은 민족반역자로서 취급당하기 일쑤였습니다.
오늘날 우리 한국 교회 속에도 이런 지상주의가 숨겨져 있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목회지상주의, 전도지상주의 그리고 무엇보다도 선교지상주의입니다. 전도나 선교야말로 주님이 주신 지상명령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야 당연하지만, 여기서 한발짝 나아서 “전도나 선교는 선이다”라는 모토를 내면에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지상주의 속에서는 국가의 법이나 사회공동체의 질서라고 하는 것이 지극히 상대화되고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것을 어기고 거스리는 것을 오히려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선교야 당연히 지상명령이고, 전도야 주님 오시는 날까지 교인들에게 주어진 사명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한 사회의 시민으로 법과 질서를 존중하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것도 중요한 신앙적인 과제임은 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우리가 복음전파의 사명을 잘 감당하는 데에 언제나 사회법의 틀에 갇혀있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때로 국가가 반기독교적인 악법을 만들어 강요할 때에 이에 저항할 상황이 주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한 국가의 법이 우리의 신앙양심과 정면으로 배치가 될 때에 여기에 순응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성경이 가르치는 기본은 국가의 법과 제도를 존중하라고 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의 신앙적인 사명과 사회의 질서 사이에는 분명 갈등이 있기 마련입니다. 여기에 획일적이거나 기계적인 답을 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신앙지상주의에 빠져서 기본적으로 국가의 법을 무시하거나 반대로 법지상주의에 빠져서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사명을 무시하는 양 극단을 피해야 할 것입니다.
그 밑바닥에 하나님이 주신 국가의 법과 제도를 존중하면서 복음전파의 사명을 게을리 하지 않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애청자 여러분, 다음 이 시간까지 평안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