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칼럼
제목 : 양심적 병역거부
안녕하세요. 오늘은 근간에 많은 논란이 있었던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를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양심적 병역거부란 자신의 양심에 따라 입대를 거부하거나 입대해서도 집총을 거부하는 행위를 가리킵니다. 우리나라와 같이 모병제가 아닌 의무병제도하에서는 신체적인 결격사유나 합법적인 면제 사유 이외에는 누구나 다 공평하게 국방의 의무를 지켜야 합니다. 군생활이 힘들다고 해서 이런 저런 탈법을 통해서 병역의 의무를 기피하려고 하는 것은 옳지 않고 그런 사람들에게는 당연히 처벌이 따라야 합니다.
그러나 양심적인 이유에서 병역을 거부할 경우 우리는 조금 더 진지하게 이 문제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많은 개신교인들이 이것에 대해서 반대하는 것은 양심적병역거부자의 대부분이 여호와증인들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병무청에 따르면 2000년부터 작년 10월까지 병역을 거부한 4천958명중 33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여호와의 증인' 신자들이었습니다. 그러므로 개신교인들은 양심적병역거부를 허용하는 것이 이단 활동의 길을 열어주는 것처럼 인식하면서 무조건 반대 입장을 취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양심적 병역거부의 보다 본질적인 면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전쟁의 문제입니다. 인류의 역사 속에서 수많은 전쟁이 이어져 왔고 그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과 죽임을 당해야 했습니다. 그 전쟁들은 철저한 명령과 복종의 체계 속에 있는 군인들에 의해서 치러졌기에 사실상 군인들 모두는 승자나 패자할 것 없이 전쟁의 가장 큰 희생자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많은 전쟁 중 꼭 치러야 했던 다시 말해서 정당했던 전쟁이 몇 개나 있을까요. 전쟁을 시작하는 정치권력자들은 다 나름대로 전쟁의 정당성을 국민에게 선전합니다. 심지어 과거 서양의 기독교국가에서는 이 전쟁이 하나님이 허락한 전쟁 또는 악에 대항하는 “거룩한 전쟁”이라고 하면서 국민들을 호도했습니다. 그러나 역사가들은 대부분의 전쟁이 불필요한 전쟁, 해서는 안 되는 전쟁이었다고 평가 합니다.
근대 병역에 대한 거부운동은 이미 프랑스혁명에서부터 있었지만, 2차 대전 이후 독일에서 강하게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독일의 젊은이들은 두 차례의 세계 대전 속에서 누구보다도 극심한 혼란을 경험했는데, 조국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으나, 전쟁 후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인류와 역사의 죄인이라는 낙인이었습니다. 교회는 이러한 전쟁들을 신학적으로 정당화하였고, 군목들은 출정하는 군인들을 위해서 예배와 축도를 드렸는데, 패전 이후 그 모든 것이 하나님의 뜻이 아니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을 때의 혼란을 감당하기 어려웠던 것입니다.
그러던 중 2차대전 이후 독일 내에 재무장이 진행되고 나아가 핵무기 배치로 인해서 또 다시 전쟁의 위기가 고조 될 때, 일부 청년들이 일어나 “다시 총을 들고 그릇된 전쟁의 앞잡이 노릇할 수 없다”며 병역을 거부했습니다. 카톨릭과는 달리 독일 개신교총회는 (EKD) 일찌감치 이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입법화에 입김을 넣었습니다. 많은 논란과 진통이 있었으나 1956년 병역법 속에 양심적인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법이 통과되었고, 그 이후로 이러한 자들은 일반 병역의무자보다 좀 더 길게 일종의 시민봉사자로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어떤 사회든 전쟁 자체를 양심 속에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고 그들이 반드시 틀린 것만이 아님을 역사가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앞으로 많은 논의의 과정이 필요하겠지만, 우리 사회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범법자로 취급해서 소수자의 인권을 제도적으로 누르는 것은 지양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방이 매우 중요한 우리의 현실을 고려해서 이들을 위한 대체복무기간을 일반 대체복무자보다 많이 연장해서, 정말 양심적인 병역거부자 이외에는 선택의 메리트가 없게 하는 등 부작용이 없는 대체복무제도를 만든다면 큰 무리 없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애청자 여러분, 다음 이 시간까지 평안하십시오.